유정곤님등 여러 페친님들께서 강추해주셨던 <크래프톤 웨이>를 읽었습니다. 중간중간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눈물도 몇 번 훔쳤네요.
PC게임을 오래 즐겨 했지만 국내 게임제작사 및 배급사들의 확률형 아이템을 남발하는 과금구조에 대한 반감 외에 대규모 온라인 게임이 어떻게 제작되고 서비스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회사에서 기자인 저자에게 창업자의 이메일 계정을 통째로 제공하는 등 자신들의 지난 10년 동안에 대한 기억들을 충실하게 전달해줬더군요. ‘4년 400억 원의 개발비용’ 같은 숫자 안에 담긴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을 먼 발치에서나마 봤습니다.
기업공개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이런 기업 평전이 워낙 드물죠. 자기가 진로로 생각하는 업계에서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엎어지는지 다들 궁금할텐데 분야마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크래프톤처럼 이렇게 위기에서 기사회생해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사례보다 망하고 사라져간 도전들은 훨씬 많았겠죠. 유사한 흥행산업인 영화나 드라마제작사, 연예기획사 등에서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은 회사들도 이런 스토리들이 있을테고요.
IT 컨텐츠 기업에서 어떻게 일하고 경쟁하고 있는지 보다보니 공공기관에서 제가 일하고 있는 모습과 계속 비교하게 되더군요.
(국민들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지만) 거의 없다시피한 인센티브 체계에서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한다는 직업인의 책임감과 동료에 대한 연대의식만 가지고 악전고투하고 있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분들이 많습니다.
개중에 출연연구기관은 대한민국의 공공에서 그나마 개인의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업무 수행이 가능한 곳인데,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정출연 방식이 아닌 공공정책 연구소 모델이 생기고, 그분들이 경쟁을 통해 저같은 사람들의 제안서를 떨어뜨리고, 부끄럽게 만들면 게으른 눈물로 반성하는 척 스스로 위안삼는 저같은 사람이 번뜩 정신차리고 몸을 움직이겠죠? 제가 힘들어지더라도 누구든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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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쪽
“라스트맨인데 고독하지 않다는 것은, 어쩌면 권한과 보상을 누리면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조직 내에서 고독을 느끼지 못한다면,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 - 장병규
270쪽
수많은 도전은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실패하느냐도 중요하다. 사업적 성공에 실패하더라도 구성원의 성장은 이뤄야 한다. 사업은 실패해도 조직이 혹은 개인이 실패하게 두어선 안 된다. 조직은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 실패해보면 그 사람을 명료하게 느끼게 된다. 도전의 결과가 나올 즈음 도전의 책임자에 관해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또 실패를 함께할 수 있을지 알게 된다. 실패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재도전 여부가 갈린다. - 장병규
474쪽
말은 내용으로 그 의미가 결정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의해 그 의미가 결정된다. 권위를 가지는 리더들은 말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들이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의미가 잘 전달되는 방법’을 찾는 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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