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덕분에 내가 전혀 모르던 분야를 배우는 재미가 쏠쏠한데 재작년과 작년에 페북하는 보람을 만끽하게 해주신 분인 '투심몽키(김투몽)'님의 책.
라이프스타일 마케팅과 투자를 접목한 독특한 글들을 애독했던 터라 나오자마자 당장 볼까 싶었는데 내가 관심이 거의 없는 분야가 '마케팅'과 '투자'라 ㅠ.ㅠ
내게 마케팅은 학부 전공이었던 사회학처럼 온갖 분야에 다 걸쳐있는 것 같은데 정작 그 핵심은 애매모호한 분야같아서..그리고 투자는 나같은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명석하고 분석을 많이한 사람들도 시장의 파도에 어이없이 휩쓸려나가는 걸 보면서 '생존자 편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블랙박스같은 분야같아 경계심부터 든다.
마케팅과 투자에 대한 이런 경계심은 이 책을 다 읽고난 지금도 변화는 없다.
하지만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는데, 이렇게 쉽고 간결하고 독자들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국내 저자의 논픽션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골목의 전쟁>과 <멀티팩터>의 저자 김영준 작가님과 비슷한 느낌인데, 엊그제 본 <파워포인트 블루스>처럼 동시대의 한국인 독자라는 사실이 고마웠다.
살을 더 붙이면 각각의 파트가 얇은 책 한 권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도 불구하고 1부~3부를 두껍지 않은 분량으로 담아낸 저자의 힘을 뺀 노련함에 감탄했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탄탄함도 돋보인다.
읽으면서 '어 이건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가 아닐까?'싶은 부분들이 좀 있긴 했는데 저자의 단언이 아니라 하나의 가설처럼 툭툭 던져보는 걸로 받아들였다.
'우유가 맛있는 사회는 행복한 사회일 것'이라는 가설에 대한 챕터가 최고였다. 물론, '오포'의 공유자전거 비즈니스모델처럼 외국의 서비스를 먼저 체험해보고 잠재력을 알아봤다고 해서 투자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니.
책에서 거듭 이야기되는 소비재기업의 원산지 효과를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소비재 기업 중에서도 '스타일난다'처럼 세계적으로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계속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 책이 출판된 19년 1월 이후로 투심몽키님의 새 글을 페북에서 볼 수 없는 것도 아쉽다. 인스타로 옮기셨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kimtoomong 팔로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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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여행을 가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다. 마트와 슈퍼마켓 등 식품이 유통되는 곳이다. 현지인들이 먹는 다양한 식품 및 식자재를 구경하고 맛보는 즐거움에다 여행 경비를 줄이는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 사회의 소비자와 브랜드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21쪽
도시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도시를 중심으로 개인, 기업, 정부조직, 국제기구 등 다양한 조직과 구성원들이 모여들고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더 많은 구성원들이 유입될수록, 상호작용이 더 활발할수록 도시는 더욱 큰 플랫폼으로 성장한다.
226쪽
프랑스에 온 후부터 탄산수를 입에 달고 사는 소비자로서 확신하는 사실은, 한번 탄산수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결코 탄산음료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낮은 칼로리뿐 아니라 음식과의 조화 측면에서도 탄산수 쪽이 탄산음료보다 월등하다.
260쪽
여행을 하면서 새삼 느낀 사실은 유럽이 투자감각이 뛰어난 사회라는 것이다. 투자감각이란 결국 투입되는 자본, 시간, 노력 대비 높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역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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