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어두워진 다음에도 약 1시간 30분 동안 틀밭 가장자리로 적벽돌을 날랐습니다. 해가 짧으니 밤에도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미리 해놓으려고 했죠. 디아블로2 레져렉션은 한겨울에 해도 되니 해가 그나마 길 때 농막 일부터 할 걸 후회됩니다. ㅠ.ㅠ
올 봄에 사다 심었던 1-2년생 유실수 묘목들은 잎이 거의 졌네요.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교반기 날이 시원찮아서 레미탈 섞는 게 편하지 않네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기도 하고, 어차피 실을 띄워서 쌓더라도 조적공처럼 직선으로 가지런하게 못 쌓을 것 같아서 그냥 눈대중으로 쌓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이 아니라 5단 짜리 틀밭이니까요 뭐.
유튭에서 본 조적공들은 스시장인같던데 저는 꽁냥꽁냥 거의 벽돌에 레미탈을 발라가며 쌓네요. 대신에 구멍 3개에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채워줍니다. 조적공들은 속도가 중요하니 중력으로 흘러내리는 식이라 반절이나 차는 것 같습니다. 셀프 조적의 장점이죠. 바닥미장할 때 점도로 하니 반죽이 된 느낌이라 계속 물을 더 넣게 되네요. 얼마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레미탈 한 포대를 다 썼습니다.
역시 눈대중으로 쌓으니 삐뚤빼뚤 하네요. 속도를 보아하니 오늘은 틀밭 하나를 완성하는 걸 목표로 해야겠습니다.
레미탈을 계속 만지다보니 피부가 화끈거리네요. 지난 번에도 시멘트 피부염으로 고생해놓고서 ㅠ.ㅠ 시멘트가 pH12의 강알칼리라서 오래 접촉하면 피부 화상을 입는다고 해요. 중간부터나마 비닐장갑을 먼저 착용하고 작업했습니다.
절반쯤 끝내고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한 시간 잤습니다. 사흘째 안하던 일을 하느라 무리 했는지 두통이 오네요. 낮잠을 자니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
김선생님께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찐 송편을 가져다 주셨네요. 송편을 먹으면서 조적 팁을 배웠습니다. 마구리에 레미탈을 묻혀서 살짝 눌러주고 붙이는. 다른 팁들은 쉽게 따라하지 못하겠더라구요.
그 와중에 뭔가 시원찮던 레미탈 믹서날이 뚝 부러저버리는 참사가…(제가 식품용 스텐 믹서날을 샀더라구요. 어쩐지 낭창낭창 휘더라니.) 할 수 없이 렝가 고대를 쥐고 손으로 비비느라 속도가 더 늦어지네요. 힘이 빠져서 40kg 레미탈을 잠깐 드는 것도 부들부들 쉽지 않고요.
고지가 저 앞이구나 싶었는데 아차~ 왜 뒤쪽부터 시작했는지… 당연히 농막에서 보이는 앞면이 깔끔해야 하는데 뒤에서 시작하니 마무리를 위해 벽돌을 깨야 하네요. 초보의 실수라지만 뼈아픕니다.
그렇게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벽돌 틀밭 하나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하나 만드는데 레미탈 6포대 썼어요. 영국식 정원에는 정원사 하인의 피와 땀이 배어있다는 걸 잊었네요.
오늘의 교훈 세 가지. 첫째, ‘렝가 고대(이 도구의 정확한 명칭과 유래가 궁금합니다 ㅎㅎ)’는 호미에 견줄만큼 위대한 발명품이다. 둘째, 조적공이 일당이 쎈 이유가 있다. 셋째, 낮은 조적할 때는 밭일용 엉덩이 의자가 필수.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시간이 순삭되었지만 더없이 보람찬 주말을 보냈습니다.
근데 나머지 2개는 언제 쌓을지 ㅠ.ㅠ 벽돌이 횡력에 약하니 안쪽에 레미탈도 발라줘야 할텐데 말이죠. 흙을 가득 채웠을 때 옆구리가 터져서 와르르 무너지는 참사가 걱정되네요.
(95화에서 계속)
96화 : 다행스런 실수 확인 (0) | 2021.1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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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화 : 고정식 온실 모델 선택 (0) | 2021.11.09 |
93화 : 틀밭 기초 완성 (0) | 2021.11.08 |
92화 : 틀밭 기초 화단경계석 놓기 (0) | 2021.11.08 |
91화 : 냉난방기 설치 (0) | 2021.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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