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104화 : 혹한기 농막
확진자와 밀접접촉하여 지난 1주일 동안 수동적 감시자로 분류되어 재택근무했는데 어제 PCR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명되어 더없이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습니다.
혹한기의 농막이 무사한지 가봤는데 온실벽에 낀 성에부터 심상치 않더니 아침인데도 실내 온도가 영하 7.5도로 외부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더군요. 역시 따로 난방을 하지 않으면. ㅠ.ㅠ
가을이네 김선생님께서 오늘부터 추워지길래 텃밭의 대파를 뽑았다고 하시면서 한 단 넘게 주셨습니다. 한 번에 먹기는 너무 많아서 노는 화분에 몇 뿌리 심어서 온실에 놨어요. 안죽고 자라면 겨우내 먹어보려구요.
땅이 얼어붙은 상태라 뭘 할 수도 없어서 받아뒀던 퇴비를 밭에 부어주기로 합니다. 발효열 덕분에 이 추위에도 안얼었거든요.
20kg 퇴비 한 포대에 가축똥이 40%이고 도축부산물이 30%나 들어가네요. 완전히 숙성된 게 아니라 냄새가 좀 고약합니다. 날이 많이 추워서 그나마 덜 나네요. 한겨울이라 밭에 부어도 냄새가 이웃집으로 그나마 덜 퍼질테니 다행입니다.
벽돌틀밭 한 줄에 11포대씩 던졌습니다. 터무니 없이 많은 양이긴 한데 틀밭에 들어간 흙에 진흙이 많아서 퇴비랑 섞어서 통기성을 좀 확보해주려구요. 삽질해서 흙 채우는 것도 큰 일인데 일거리도 덜었네요.
4~5년 전 제주도에서 공수해온 감귤나무가 냉해를 제대로 맞았네요. 중부지방인데 무가온 온실에서는 무리였어요. 늦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밤하고 내일은 더 추워지다고 하니 황급히 농막 안 화장실로 옮겨봅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대파가 듬뿍 들어간 볶음밥. 실라간 냄비라 바닥에 눌어붙은 것까지 수저로 박박 긁어먹었네요.
(10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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