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수요일에 하루 연차휴가를 냈습니다. 쉬려고 한 게 아니라 농막일 하러 휴가를 썼죠. 복잡한 일로 스트레스 받을 때는 쉬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 좋네요.
이른 아침에 부리나케 갔는데 아직은 봄은 아닌지 서리가 내려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김선생님 차로 사온 모래 1톤이 저를 반겨주네요. 이 모래를 다 쓰면 취미농사를 즐길 준비가 다 된 거라고 봐야겠죠.
원래 지난 초겨울에 밭 입구에 들어오면 보이는 비탈면의 화단을 완성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퇴비 한 팔레트를 놓고 가신 배송기사 분께서 작업하려던 화단길을 막으신 바람에 중간에 끊긴 상태로 있었죠. 입구라 계속 거슬려서 오늘의 목표는 벽돌화단 만들기입니다.
호미로 땅을 파서 경계석 놓을 자리를 대강 보고, 수평을 잡기 쉽게 바닥에 모래를 10cm 깊이로 깔아준 다음에 30kg이 넘는 화단경계석을 들고와서 조심조심 내려놨습니다.
남은 화단 길이가 대략 6m라서 이 작업을 여섯 번 반복하니 기초석 놓기가 끝났네요. 마지막 경계석이 폴리카보네이트 온실 끝에 약 20cm 정도 못미치길래 하나 남은 8인치 블럭 조각으로 남은 자리를 채워주니 딱 맞아서 다행입니다.
이제 형광실을 띄우고, 적벽돌을 쌓을 차례입니다. 몇 달만에 조적을 하니 설렙니다. 원래는 2단으로 쌓았는데 흙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라 한 단 더 쌓아서 3단으로 하려고요.
오랜만에 출동한 스탠리 시멘트 믹서기와 몰탈 통. 눈썰미없는 똥손이지만 아무래도 밭의 입구라 가급적 적벽돌 라인이 반듯하도록 신경써서 쌓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화단의 3단과 새로 연결한 경계석 위의 1단을 다 쌓고 나니 몰탈 반죽이 다 떨어져서 새로 잔뜩 비비고 이어서 계속 합니다.
2단에 이어 마지막 3단. 옆에서 고개를 든 튤립 잎사귀에 몰탈이 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요. 드디어 3단 완성입니다. 피곤하지만 뿌듯하네요.
신기하게 비벼둔 몰탈도 벽돌 1개도 더 못쌓을 정도로 딱 맞는 양이라 버리는 것도 없어서 더 기분이 좋습니다.
작업 후 정리를 하다보니 해가 진 이후의 박명도 어느새 사라지고 밤이네요. 그간 몰랐는데 어슴푸레한 밤하늘에 실루엣으로 비춘 뚝방길 밤나무 수형이 예쁩니다.
30~40kg이 넘는 무거운 자재들을 나르는 일들이 있다보니 40대에 주말 텃밭을 시작하길 잘했다 싶네요. 관심있으시면 이왕 하실 거 빨리 시작하시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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