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교통전문 역사학자가 2000년경에 펴낸 책을 2007년에 번역한 책이라서 최근의 조류를 예상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독일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 기술발전의 역사가 아니라 존재하지 않았던 교통수단의 태동과 수용, 그 사회문화적 파급효과까지 잘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현대자동차 부설연구소에서 번역을 감수한 덕에 가독성도 좋고.
자전거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초기 자동차, 초기 자동차들의 다양한 동력원 실험들,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 항공산업 해체로 인해 항공산업 엔지니어들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게 된 상황과 그로 인한 혁신, 자동차에 열광한 계급과 이에 불만이 많았던 사람들이 벌였던 수많은 세력다툼 등등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382쪽
"그 위치는 공공장소와 주택과 같은 완벽한 사적 공간의 사이에 있다. 자동차는 이 두 가지의 성격을 조금씩 나눠가진다. 한 가지는 도로 위의 바쁜 움직임에 참여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고립과 폐쇄 효과, 숨겨주는 공간적 차폐, 유리창을 통한 공공성의 완화 등이다. 매일 집과 직장을 오가는 운전자들은 자동차가 가지는 집과 같은 요소와 집과 다른 요소를 동시에 중요시하며, 매일 오가는 시간을 긴장 해소의 여가 시간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하루의 긴장과 가족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에서는 드디어 혼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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