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한 달에 한 권 정도 밖에 읽지 않는 제가, 발표된 모든 단편집과 장편소설(합쳐봐야 다섯 권이지만.)을 읽은 국내 소설가는 김애란 작가님 뿐인 것 같습니다.
김애란 작가 스스로 자신의 소설들을 좋아하는 남성팬들은 희귀하다고 하던데. 서울에서 어찌저찌 알게된 또래 여성들에게 스스럼없이 이것저것 물어볼 숫기가 없었던 저는 이 분 소설 속 지방출신 서울-수도권 거주 20대 여성들의 생각과 시선이 흥미로웠어요.
단편집 <달려라, 아비>와 <침이 고인다>에서의 경쾌함은 최근의 작품으로 올 수록 말이라는 오래된 코드와 구술과 역사, 세월호 이후의 사회에 대한 고민이 담기면서 제가 따라가기 버거워졌습니다.
이 산문집은 근 15년 동안 여기저기 기고한 짧은 글들을 모았고, 제가 모르는 문단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많아 그리 와닿지는 않았지만 팬심으로 완독했습니다.
부사 안에는 뭐든 쉽게 설명해버리는 안이함과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안간힘이 들어 있다. ‘참’, ’퍽‘, ’아주‘ 최선을 다하지만 답답하고 어쩔 수 없는 느낌. 말(言)이 말(言)을 바라보는 느낌. 부사는 마음을 닮은 품사다. - <부사와 인사>(2006)
누군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건 그 문장 안에 살다오는 거라 생각한 적이 있다. 문장 안에 시선이 머물 때 그 ‘머묾’은 ‘잠시 산다’라는 말과 같을 테니까. 살아 있는 사람이 사는 동안 읽는 글이니 그렇고, 글에 담긴 시간을 함께 ‘살아낸‘ 거니 그럴 거다.
나는 내가 줄 그은 책과 잘 헤어지지 못한다. 거기 남은 연필자국이 왠지 저자와 악수한 뒤 남은 손자국 같아. 가끔은 책 위에 남은 무수한 검은 선이 아이스링크 얼음판에 새겨진 스케이트 날 자국처럼 보인다. 정신적 운동이랄까. 연습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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