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니 안방 발코니의 칼랑코에 중 하나가 드디어 꽃방울 틔웠네요. 저희 집에서 3년 째 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닭들이 잘 있나 궁금해서 점심을 먹고 제일 따뜻한 시간에 밭에 갔더니 얼음과 눈이 많이 녹았네요.
시금치는 두꺼운 비닐만 덮어줘도 안죽고 겨울을 잘 나고 있습니다.
현인 김선생님께서는 옮겨 지으신 6m*6m 비닐하우스 안에서 용접 작업을 하시던데, 알고보니 LPG 통 두 개를 저 작은 그라인더로 잘라내고 용접해서 바베큐 통을 만들고 계셨네요. 역시 마을의 자랑 최고 능력자십니다.
저를 불러서 볶은 땅콩과 말랑말랑한 곳감에 유자차를 내어주셔서 비닐하우스 안 평상에서 잘 먹었습니다. 남은 건 집에 가져가라고 다 챙겨주시네요.
폭설 등에 대비해서 40cm 간격으로 파이프를 촘촘하게 박은 비닐하우스를 보니 왜 굳이 돈을 만이 들여서 폴리카보네이트 온실을 만들었는지 다시 한 번 후회됩니다. 뭐 이미 만들었으니 잘 써야겠지만요.
백봉오자매들에게 일주일 동안 챙겨놓은 영영가높은 잔반과 2년 묵은 쌀 불린 걸 별식으로 줬더니 좋아라 잘 먹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2주일 동안 쌓인 닭똥 청소와 연맥짚 보충을. 이것도 꽤 운동이 되네요. 분뇨수거의 대가로 달걀 다섯 개를 챙겨서 집으로 왔습니다.
닭을 키우실 분들은 반드시 자신이 마른 닭똥을 즐겁게 주울 수 있는지 자문해보시고 입양하셔요.
햇수로는 2년 차, 농막을 설치하고 나서부터 1년 반이 흘렀습니다. 내년 여름쯤 음식물쓰레기 퇴비공장도 이전할테고 한 번 더 겨울을 나면 이 공간이 제가 원하는 모습대로 얼추 자리가 잡힐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충분히 할 일이 있을테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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