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 어르신들의 바베큐 파티

 

 

1주일만에 온 공주밭. 요며칠 한겨울 답지 않게 날이 풀렸더니 평소보다 알도 많이 낳았네요.

 

알둥지를 여섯 칸 만들어놨는데 왜 꼭 저 칸에서만 낳는지. 다른 칸에 짚풀을 더 풍성하게 깔아줘도 소용이 없네요. 알이 너무 많다보니 소형계인 백봉 오골계가 다 품지 못해서 바깥에 있던 알 두 개는 얼어서 터졌더라구요. 그래서 알이 지저분합니다.

 

새마을지도자 옆집 김선생님께서 돼지고기 열 근을 사서 동네 친구분들을 여럿 초대하셨네요. LPG 가스통을 그라인더로 절단하고 강관을 용접해서 만든 바베큐통이 멋집니다. 같은 걸 네 개나 만드셔서 세 개는 친지들에게 줬다고 하시네요. 저는 돈주고 웨버그릴을 샀는데. ㅠ.ㅠ 엉성해보여도 직접 만든 게 애착이 가고 좋죠.

안개비가 내리는 날이라 비닐하우스 안에서 70대 중반의 어르신들께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서로 ”고려장으로 치워버릴 저 쓸모 없는 놈“ 이렇게 놀리시며 돼지고기에 쌈야채 드시면서 술 한 잔씩 자시는 모습이 참 정겹네요. 촌놈 출신이라 그런지 저도 이런 자리가 편합니다.

개인주의가 널리 퍼지고 직계 가족 외의 1차 집단이 거의 소멸된 시대라 이렇게 70년 지기 친구들하고 같이 늙어가는 경험은 할 수 있는 도시인들은 거의 없겠죠.

저도 옆에서 열심히 고기 구워먹으면서 술 홀짝 거리는데 암탉들이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 이렇게 우네요. 이건 큰 알을 낳느라 똥꼬가 넘 아프고 힘들었다는 소리같아서 부리나케 가보니 진짜로 알 두 개를 또 낳아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