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 요룡리의 부부 네 쌍

<아무튼, 농막>

 

148화 : 요룡리의 부부 네 쌍

 

5월이 되니 잡초가 무섭게 돋아납니다. 무선 전기예초기를 들인 덕뷴에 올해 첫 제초작업을 30분 안에 싹 끝낼 수 있었습니다. 필수템이에요. 나일론 줄 소모가 빠른 건 좀 번거롭지만 금속날이 아니라 작업하다 크게 다칠 위험도 없고요.

 

지금은 복분자꽃이 활짝 피었고, 살구와 오디, 블루베리 열매가 커가고 있습니다. 밭작물도 쪽파를 대부분 수확하고 피망과 파프리카, 방울토마토를 심었고요. 바쁜 직장인에겐 비닐 멀칭도 안하는 가드닝용 텃밭은 7평도 충분하네요.

 

쾌청한 토요일 늦은 오후 제 밭으로 세 쌍의 부부 손님들을 초대했습니다. 코스트코 라이프타임 야외 테이블을 하나 더 들인 덕분에 얼추 되네요.

 

아직은 그늘 공간이 없지만 저녁나절이라 야외에 테이블을 놓았습니다. 제가 소시지와 돼지 앞다리살 훈연바베큐, 해동 오징어에 수박 한 통을, 아내가 카프레제, 당근과 양배추, 찐 표고와 비트, 이렇게 샐러드 3종을 준비했습니다.

 

제 직장 선배님 부부는 고구마 한 박스, 에그타르트, 와인, 그리고 양구군 곰취와 쌈장, 갓 담은 김치, 참외와 참나무 장작을 준비해주셨네요. 공주의 밭 이웃 DH부부께서는 도산공원 젠틀몬스터에서 파는 처음 보는 스타일의 힙한 말차크림 누데이크 피크(peak) 케이크를 서울에서부터 사오셨고요.

 

파리는 벌써 출몰하지만 아직 모기가 없고 쾌적한 저녁 날씨를 잘 즐겼습니다. 소박한 장소지만 다들 즐거워하셨고, 수확한 쪽파와 삼색란 네 알씩을 나눠드리고 배웅하는 취미 농부라서 행복했습니다.

 

오늘 아침식사는 김선생님께서 주신 마늘쫑과 텃밭 상추로 먹었죠. 마늘쫑이 마늘의 알뿌리가 굵어지도록 줄기를 뽑아주는 시기에 나온 부산물이었다는 걸 지금까지 몰랐어요.

 

최근 보도된 기사에 다르면 감사원 등의 개선 요구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농막 규제를 개편하는 연구과제를 발주했고 정책을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댓글로 링크한 기사에 나온 담당 사무관의 발언을 보면 우려가 많이 되네요.

 

도시민들에게 5도2촌을 하시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아도 부족할 상황에서 농작업 중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된 농막 실내 중 1/4이상의 공간을 농자재 보관용으로 써야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니 답답합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언제까지 남아도는 농지를 60년대 식으로 규제할 것인지. 농막에 대한 부분은 분리해서 치유농업법으로 옮기고 진흥책을 펴는 노력을 보고 싶습니다.

 

(149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