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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동] 이탈리아로 가는 길(2023)

독서일기/한국정치

by 태즈매니언 2023. 8. 1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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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동 작가님께서 쓰신 세 번째 저서 <이탈리아로 가는 길>을 오늘 다 읽었습니다. 제 올해의 책 후보로 올려봅니다.
조귀동 작가님의 첫 번째 책은 한국사회를 지금의 선진국으로 만든 원동력인 성실하게 일하면 가정을 꾸리고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사회계약이 무너진-줄어든 안정적인 일자리와 집값상승으로 서울, 수도권의 정규직 유주택자 자녀인지 여부에 따라 중산층 진입이 좌우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여준 <세습 중산층 사회>였습니다.
두 번째 책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저발전과 지역정치의 낙후가 어떤 원인과 구조로 인한 것인지를 적확하게 파헤친 명저 <전라디언의 굴레>였지요. 제목은 도발적이지만 이 책을 다 읽은 분들이라면 저자가 자신의 고향인 전라도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얼마나 깊은지 모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탈리아로 가는 길>은 앞의 두 책에서 본인이 탐구한 문제의식을 연결지으면서 지방정치 차원이 아닌 더이상 작동을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이는 한국정치의 무능력한 현실과 올망졸망한 군소 팬덤을 거느린 영주급 정치인들의 난립이 야기할 정당의 약화와 포퓰리즘의 발흥으로 흘러가는 한국의 사회구조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의 두 책을 읽으신 독자들에게는 더욱 즐거운 독서경험을 선사해줍니다.
조귀동 작가님은 한국사회에서 참 독특한 분입니다. 15년 경력의 언론사 기자이자 경제학 박사과정 논문을 쓰시면서 동시에, 여러 논문과 연구보고서 등을 성실하게 탐독해서 이런 묵직한 책을 세 권이나 내셨으니까요.
기자 경력에 전공학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 분야에서 예리한 분석을 내놓는 작가분들은 드물지 않지만, 정치학-경제학-사회학의 논의들을 함께 어우른 책을 내는 분은 희귀합니다.
본문의 마지막 장에서 작가님은 향후 한국의 정치가 2013년 이후의 이탈리아 정치와 비슷하게 전개되리라 예상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셨고, 나가는 글에서 한국이 이탈리아와 같은 길을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을 여러 가지 제안하고 계시지만, 책을 덮으면서 비관적인 전망대로 흘러가서 '망한민국'이 될 것 같다는 우울감이 드네요.
한반도 주변에서의 전쟁이나 유사한 국제정치적 위기로 인해 계급이나 성별을 떠나서 생존의 위기를 느낄 상황이 발생했을 때나 새로운 사회계약이 탄생하지 않을지. 물론 그 사회계약이 지금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테지만요.
같은 출판사(생각의 힘)의 같은 편집자(정혜지)와 세 권의 책을 냈고, 세 권의 문제의식이 삼각형처럼 아름답고 안정적인 구조로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회과학분야 논픽션 저술의 이상적인 사례로 보입니다.
끝으로, 저자께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KDI와 같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으로 국가정책에 필요한 정책들을 고민하고 제안해주는 정책연구자로 와주시면 정출연 연구자의 바람직한 롤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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