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대선 전후로 나올만한 책인데, 요즘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보면 필요할 때 나왔네요.
저는 공저자가 세 명 이상인 책들은 거의 안봅니다. 하지만 12인 중에서 이근 교수님과 임명묵 작가님, 두 분의 글이 보고 싶어서 샀지요. 역시 두 분은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이근 교수님의 글이 제목이나 발간취지와 가장 잘 어울리게 통념을 깨는 호통같아 맨앞에 배치한 게 적절했고요. 한반도 반 만 년 역사 중 지금이 최전성기인 핵심이유에 동의가 안된다면 이 책을 더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임명묵 작가님은 다들 거창하게 시작해서 이런저런 뻔한 이야기 주워섬기기로 일관하는 저출생과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고 해볼만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고요.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을 지내신 강영철님의 글도 앞의 두 분 글만큼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하는 일이 중앙정부를 도와서 규제를 설계하고 고치는 일이다보니 이런 식으로 국회와 행정부가 열심히 규제만 생산 하다보면 나라가 망하겠다 싶은 상황을 정말 잘 보여주시네요. 심각합니다 정말.
김영섭 건축사님의 글은 실무 경험에서 나온 각론들은 괜찮은데, 조망하는 큰 그림이 뭔지 잘 모르겠더군요.
홍길표 교수님은 중요한 아이템을 잘 선택하셨고 한국의 전자정부 체계의 한계도 정확하게 짚어내셨는데, 빠름과 오롯함을 갖춘 학습 스타일을 k-콘텐츠와 k-뷰티 등이 이미 장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로스 킹 교수의 한국어 교육을 통한 소프트 파워 제고 제안은 자기 관점이 뚜렷하긴 한데 챗gpt와 deepl 번역의 시대라 돈낭비일 것 같고요.
이 사이에는 절취선이 필요할 정도로 퀄리티의 편차가 큽니다.
나머지 6명의 공저자는 자기 관점없이 무난하게 현안을 요약하거나, 장광설로 페이지만 차지하고 있네요.
이 책의 공저자들과 각 분야의 복면을 쓴 패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책에서 빼야하는 원고들을 고르고, 수정 후 게재가로 난도질을 했더라면 책의 수준이 올라갔을텐데 아쉽습니다.
이게 넥스트 레벨로 못가는 우리나라의 한계겠죠.
정부는 2015년 민간 기업의 각종 인증 부담을 전수 조사해서 정비했다. 정부가 인증 규제 개혁에 나설 당시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증 비용은 연매출의 6%에 달했다. 6%? 적다고 생각하는가?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 내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중략)
2015년 당시 법정 인증은 203개에 달했다. 국무조정실이 나서서 72개를 통폐합했다. 거의 1/3을 없앤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다시 인증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인증 숫자는 2015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앞 부분의 빌드업이 탁월한데 ㅎㅎ) 그런 의미에서 SNS는 리처드 플로리다가 말한 창조 계층이 아니더라도, 창조 계층이 수행하는 삶의 양식을 모방하고자 하는 욕구를 청년층 전반에 확산시켰다고 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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