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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동] 전라디언의 굴레(2021)

독서일기/한국정치

by 태즈매니언 2023. 4. 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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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동(Gwi Dong Cho)기자님께서 평소에서 전라도 지역문제에 대해 쓰시는 글들을 보면서 공감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라디언’이 들어간 제목때문에 2021년말에 나온 이 책을 선뜻 집어들기 힘들었습니다.
 
지역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적도 거의 없는 운좋은 라도출신이면서 말이죠. 제일 기분나빴던 일이라고 해봐야 마산 출신 사회학과 동기가 “전라도 사람은 대기업 재무나 자금담당 임원은 절대 못된다.”라고 면전에서 말했던 정도였으니까요.
 
이 책은 본문이 270페이지 가량으로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기자라는 저자의 직업을 감안해도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고 날카로우면서 구체적입니다. 저자가 이 글을 쓰는데 얼마나 고민하고 공을 많이 들였는지 느껴질 정도로요.
 
전라도 출향인 중에 이럴게 고향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 던지는 분석과 고언을 제목의 단어때문에 알아보지도 못할 뻔 했다니. 제 올해의 책입니다. 한국에 퓰리처 상이 있으면 이런 책이 받아야하는데.
 
광주에 사는 두 동생 부부 모두 공무원입니다. 부부공무원이면 물려받은 게 없는 지역 출신들 중에서는 최상의 결과죠. 하지만 (광주/전남 지자체 공무원들인) 동생들 내외가 앞으로도 지금의 한심한 지역정치인들과 지역건설사에게 관변단체와 결탁해서 표를 사오는 토호들에게 시달리고 휘둘리며 일을 할거라고 생각하면 암담하네요.
 
평소에 세종시의 행정과 거버넌스도 엉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비할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도시경관을 망친 무등산 아이파크 1차, 학동 4구역 재개발구역 철거 사고, 코스트코와 복합쇼핑몰 하나 없는 광역시, 정치력으로 현대차의 팔을 비틀어 470억 원을 출자하게 만들어 캐스퍼를 생산하는 허울뿐인 광주글로벌모터스, 콘텐츠도 기획도 없이 선물로 받은 국립아시아문화의 전당의 현실과 공공기관으로 만들어 국가에 떠넘기기 등등 낙후와 좌절의 굴레들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낱낱히 보여주니까요.
 
문제점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마지막 장에서 합리적이고 정교한 해결방안까지 보여줍니다. 전라도에서 민주당의 견제세력만 나오면 정말 많은 것이 바뀔 겁니다. 그걸 만들어가는 방향도 저자가 정확하게 보고 있다고 느꼈고요. 이런 대안까지 책에 담기 위해서는 쓰는 이가 얼마나 고향에 안타까움이 많았을까 싶더군요.
 
전 최근에 이 책을 샀는데 쇄에 몇 권을 찍었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3쇄더군요. 더 널리 읽히면 좋겠습니다. 특히 저처럼 제목이 기분 나빴던 분이나, 전라도가 아닌, 청년인구 유출로 쇠락해가는 다른 지방에 살거나 지역 출향인에게 권하고 싶네요. 전라도는 공간구조 불균형과 87년 체제의 한계가 가장 심하게 노출된 사례일 뿐이니.
 
인용하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 많아서 다 적을 수가 없기에 특히 인상깊었던 페이지 네 장만 공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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