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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각별한 당신(2022)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23. 8. 2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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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겨레>에서 34년의 기자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하신 텃밭농부 김종철님이 한겨레신문 토요판에 냈던 2017~2021년의 인터뷰들 중에서 '자기답게 살아온 인상'을 강렬하게 줬던 분들을 모은 책입니다.

종이신문을 읽을 때는 저도 주말판이 가장 좋더라구요. 적어도 신문 한 면의 반 페이지를 차지하는 분량의 호흡이 긴 글들이 많았으니까요. 주간지처럼 좀 더 시간을 두고 취재한 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물론 인터뷰 대상들 자체가 종합일간지 <한겨레>와 그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긴 합니다. 다만 그 세대가 X86들에 밀집되어 있고, 딱 한 분 빼고는 인터뷰이에 기업경영자, 고위공무원, 전문직 이런 사람들은 없어요. 그래서 치우친 개성이 있죠.

신문에 실렸던 인터뷰 이후에 연락해서 인터뷰이의 근황을 전하는 추가 인터뷰가 후기로 들어간 게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네요.

저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한 일을 별 일 아닌 것처럼 말하는 강수돌 님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도덕적이고 우아한 말은 참 가볍고 쉽지만, 평생을 자기가 말로 주장한대로 실천하면서 살아온, 인정욕구도 벗어던진 사람은 드무니까요.

그런데 저는 자녀교육할 일도 없는데 왜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말들 중 세 구절이 교육에 대한 견해인지 신기하네요. 국외자 입장에서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집착과 열정이 어디서 오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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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쪽

(강수돌) " 내가 원하는 사회가 있다면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 책임성 있지 않겠어요? 내가 살면서 나를 확장한 모습이 세상이 되도록 하면 내가 원하는 삶이 곧 사회에 구현되는 셈이죠. 그래서 '나부터'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생각이죠. 그리고 사회구조나 지도자들의 잘못을 손가락질할 때 '나부터' 잘하고 있어야 힘이 있잖아요. 내가 안 하면서 지적질을 하면 그 손가락에 힘이 안 생기죠."

180쪽

(남근숙) "주변 사람들이 가끔 저한테 아이들 문제로 물어오면 그런 말을 해요. '공부 빼면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지 않아? 그런데 왜 공부를 강요해서 아이와 사이를 나쁘게 해?'라고요. 하하. 아이들하고 그때그때 나눠야 할 대화가 많은데 부모들은 보통 공부때문에 아이들과 그 시기에 나눠야할 대화를 못 하죠. 나중에 커서 모든 게 결정된 상황에서 대화하려면 이미 안 되죠. 저는 그런 모습이 제일 안타까워요."

229쪽

(김선희) "아이들 머리에 문제집을 쑤셔 넣는다고 해서 그들 인생이 크게 바뀌지는 않거든요. 수업 시간에 우울하거나 친구에게 까칠한 아이들은 지금 분명히 큰 어려움이 있는 거예요. 그러면 깊은 대화는 아니더라도 '힘들어 보이던데 이제 좀 괜찮니?'라면서 인간으로 관계를 조금씩 맺어가는 그런 터치가 있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지금 학교 현장에는 선생님들이 그럴 시간이 없어요. 수업 마치고 자기 자리로 오면 10분 동안 메신저를 보고 빨리 행정 일을 처리해야 해요. 거기에 빨리 응대를 안 하면 다른 선생님들이 기다리게 되니까 화살이 금방 날아오죠. '지금 그럴 때나. 왜 이렇게 메신저 안 보나 했던 지금 애랑 수다 떨었어요?'라는 원망을 많이 들었어요. 수다든 깊은 상담이든 아이들하고 대화를 나누는 건 너무나 중요한 일인데 그게 지금의 교육시스템에서는 잘 안되요."

330쪽

(이병곤) "청소년기에 자녀와 부모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는 대개 부모가 아이들한테 관심을 덜 기울여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관심으로 지나치게 아이의 삶에 개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아요. 저는 흔히 이런 표현을 써요. ;아주 깊은 애정이 담긴 무관심'이 필요하다고요. 참 힘들기는 한데,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부모 역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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