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격증 취득 후 실무경험을 하지 않은 장롱면허 변호사다보니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법조인 에세이들을 많이 찾아읽은 편입니다.
그런데, 기억을 떠올려보니<검사내전>의 앞부분이나 정혜진 변호사님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정도를 제외하면 진솔한 직업에세이구나 싶었던 책이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대부분 쓰는 이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구요.
저자 오광균 변호사님은 저와 같은 시립대 로스쿨의 바로 아래 기수 후배입니다. 그래봤자 대학원에서 인사 정도만 나눈 사이고, <형사정책> 수업의 결과물을 가지고 같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논문을 함께 썼다는 인연 정도만 있습니다.
살면서 몇 번 안겪을 송사에 얽혀서 내 편이 되어 법률분쟁을 조력해줄 신뢰할만한 변호사를 찾는 의뢰인이라면 이 책에서 '생계형 변호사'라고 겸손한 표현을 쓰고 있는 오광균 변호사님처럼, 굳이 자기 과시도 하지 않고, 남들 눈에 이력이나 간판이 대단해보이지 않지만 성실한 '평범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돈이나 명예욕이 지나치지 않고 자기 삶의 균형을 잘 잡고 있고 직업윤리가 있는 개업 변호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기 위해 이 책을 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저도 처음 이 책을 받아봤을 때는 200페이지가 좀 안되길리 분량이 좀 적은거 아닌가 싶었는데, 읽고 보니 생각보다 내용이 충실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꽉 채운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아마 다 읽고 나서 변호사 사무실에 상담을 가신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충실한 상담을 받으실 수 있으시라 장담합니다.
책에 나오는데 양육비 관련 사건은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개인회생 신청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하셔요. 굳이 변호사 선임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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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로 책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니 문득 "이런 걸로도 고소가 되나요?"라는, 하루에도 수도 없이 받는 질문이 떠올랐다. '고소'는 그저 경찰서에 가서 하면 되는 것인데 왜 물어볼까 항상 의문이었다. 비유는 참 이상하지만, 경찰서에 고소장을 내듯 그냥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이 글들은 그저 평범한 내 일상의 기록이다.
나쁜 사람을 제대로 심판하기 위해서는 나쁜 사람에게 제대로 방어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저 여론으로 처벌을 한다면 가해자는 그저 '여론의 비난 때문에 졌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천하에 둘도 없는 범죄자라면 그 분야의 전문성이 탁월한 변호인이 선임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의뢰인의 사건은 대개 피곤해서 안 하는 편이 낫다.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사실 자기도 별 볼 일 없으면서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허세를 부리는 때가 많다. 변호사 사무실에 와서 허세를 부려봤자 수임료만 더 달라고 할 뿐, 대우를 받지 못한다. 진짜 돈이 많은 사람이면 당사자의 비서나 직원이 찾아오지 본인이 직접 우리 사무실로 오지도 않는다.
나는 이혼 사건을 할 때에는 가급적 감정싸움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외도나 반복적인 폭행이 있던 때가 아니라면 가급적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는다.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으면 이혼 사유에 대해 다툴 일도 별로 없어서 감정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소송의 상대방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감정싸움을 하게 된다. 판결문에 한 줄도 안 들어갈 사건을 가지고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변호사로서 돈에 관련한 수많은 사건을 다루어 봤지만 정말 '급해서' 돈을 빌리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중략)
정말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하면, 어디에 필요한지 물어보아 직접 해결해 주면 된다.
(중략)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라는 말이 아니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허덕이고 있을 때 '계좌이체'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지만, 왜 어떤 사람은 항상 없기만 한지 생각해보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해서 평생을 함께하고자 한다면 경제 생활도 평생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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