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하세가와 가즈오, 이노쿠마 리쓰코/김윤경 역] 나는 치매의사입니다(2019)

독서일기/의학

by 태즈매니언 2024. 4. 14. 22:19

본문

 
저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고 지금 지내는 제 일상에 별 불만이 없습니다. 그저 쭉 이런 식으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지요. 사고나 질병으로 중간에 생명을 다하거나 장애인이 되면 안타깝겠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담담한 척할 수 없는 유일한 질병이자, 장래에 제발 피했으면 하는 질병이 알츠하이머 치매입니다. 기억과 자아를 잃어가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며, 공동체에 부담만 주게 되는 삶을 이어가는게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치매에 걸리게 되면 스위스로 가서 존엄사를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요.
이런 제게 치매에 걸려도 삶을 계속되고 일상에 지장이 생기더라도, 인내하고 적응해가면서 나름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경험담을 전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평생 의사로 일하며 쌓아온 재력과 11살 연하의 아내, 자신의 외출과 강연 등을 보조하며 수행해주는 딸의 존재 등을 모두가 갖추긴 어렵겠지만, 치매 테스트 문항을 만들고 일본에서 최초로 데이 케어센터 시스템을 만든 분이 직접 경험한 치매이야기라 담백한 문장들 속에 깊이가 느껴지네요. 김윤경님의 적절한 번역도 좋았습니다.
일본후생노동성이 '치매성 노인대책 추진본부'를 설치한 게 1986년이고, 치매질환 치료병동과 정부 관할 데이케어 센터를 창설한게 1988년이라네요. 한국에서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한 것이 2017년이니 대략 30년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노인 의료 및 개호정책은 역시 일본의 사례를 보고 적절하게 도입하는 게 나을 듯 싶네요.
--------------------------------------
33쪽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가장 먼저 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 되고, 그다음에는 장소를 알 수 없게 되며, 마지막으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67쪽
치매에 걸리는 가장 큰 위험인자는 노화입니다. (중략) 70대 초반 연령대에서는 치매 유병률이 3~4% 정도지만 80대 후반이 되면 40%를 넘어서고 90대 이상이 되면 60%가 넘습니다. 또한 80대가 지나면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현저하게 높아집니다.
79쪽
치매 당사자를 대할 때는 우선 상대가 하는 말을 귀담아들어 주겠다는 마음을 꼭 되새겨 주세요.
(중략)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을 내어 주는 일입니다. 들어 준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의미지요. 그리고 기다린다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는' 일입니다.
198쪽
치매가 진행되어도 기쁨이나 슬픔 등 희로애락의 감정은 끝까지 남아 있다고들 말합니다. 저도 치매에 걸려 실제로 겪어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그래서 설령 증상이 더 심해진다 해도 가능한 한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지내고 싶습니다.
204쪽
살아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일입니다. 늙어가는 것은 살아서 시간을 쓰고 있다는 반증이지요. 그러니까 죽음도 삶의 일부로서 맞이해야 합니다. 오래 전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중략)
저의 가장 큰 소망은 많은 분이 치매에 관해 올바른 지식을 갖는 일입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단정짓고 방치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치매 당사자를 빼고서 결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엇을 해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말을 전하는 것이 제가 살아가는 길이며 죽음을 향해 가는 길도 될 것입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