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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법짓는 마음(2023)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24. 4. 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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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2023년까지 행정안전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던, 지금은 경찰대에서 사이버성폭력 수사에 대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이보라님의 책입니다.
<한겨례21>에 [법 만드는 법]이란 코너에서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았다는데 저도 인상깊게 봤던 글들이 있더군요. 그 글들을 유유출판사에서 이렇게 훌륭한 입법노동자 직업에세이로 만들어주셨네요.
한 때 전 보좌관 업무에 관심을 가졌었죠. 보좌관 생활을 했던 지인들을 통해서 들은 것도 있었고요. 보통은 2-3년, 아니 1년 한 사이클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 강도높은 일을 10년 이상 해온다는 건 수시로 날을 벼리는 각오없이는 불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을 통해 민의를 대신 말하게 하고, 그 말들을 고민하고 엮어서 법안으로 만들어내는 국회의 소명을 믿고 열성으로 일해본 분의 글이라, 주로 국토교통위 계류 법안을 보며, 정부의 교통정책을 지원하는 쪽인 제 업무와 비교해보며 읽었습니다.
요즘에는 물론 유튭 ‘사망여우’채널처럼 특정 이슈나 사건에 대해 오래 고민하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대안을 제시하며 구독자라는 명확하개 드러나는 숫자로 여론을 확보해가는 유투버들이 있지요.
이렇게 당사자들이 직접 혹은 국회나 언론을 찾지 않고 목소리를 낼 채널들이 많아진게 나빠졌다고 할 수 없겠죠. 하지만 결국 행정부와 사법부가 일을 하는 기준이 되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의 권능이 너무 묻혀지는 상황에서 널리 읽혔으면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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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쪽
국회가 국회의 언어에 갇혀 있지 않고, 피해자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뒤 집행자의 언어로 질의하니, 경찰이 단박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움직이는 것을 봤다. 이것이 시민을 대리하고 정부를 견인하는 국회의 역할이지 않은가.
71쪽
가 보지 않은 길을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어련히 잘 알아서 가 주겠거니’하는 것만큼 순진한 것이 없다. ‘법적 근거’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공무원 업무의 특성 때문에 그렇다. 탓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일을 할 수 있게끔 예측 가능성과 확신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가 보지 않은 일에 구체적인 경호가 되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국회의 역할이다.
91쪽
범죄사실을 유형화해서 입력하는 것을 ‘범죄 통계 원표’라고 하는데 이는 1962년 도입 이후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정 한 번 되지 않았다.
187쪽
지역구 사안이 아니고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결사되어 있지 않은 법안은 가장 후순위로 밀린다.
206쪽
국회 보좌진은 모두 별정직 공무원이고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 공무원은 채용조건, 임용절차, 근무상한 연령이 모두 하위 법령에 위임돼 있다. 그 말은 업무 내용, 근무 조건 등의 사항이 모두 철저하게 인사권자에게 귀속된다는 뜻이다.
(중략)
그러니 정치 지도자가 행사하는 ‘위력’ 범위는 커지고 보좌진의 방어권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 보좌진은 법을 만들지만 정작 보좌진의 지위는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에 있다.
218쪽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법이 있거나 이수가 생겼거나 아니면 폭로하고 싶은 게 있을 때에는 아무 때나 국회 소통관(기자회견장)으로 가면 된다. 기자 회견장은 보통 사전 예약을 하긴 하지만 그것도 급하면 현장에 가서 앞뒤 정해진 순서의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들어간다. 우리는 이를 ‘밀고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의원의 발언 시작과 동시에 마이크가 켜지고 비디오카메라가 온에어 된다. 그 기자회견 영상은 국회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기자회견장에는 상주하는 기자들이 있어서(국회 출입기자) 보도거리가 되는 사안이먄 그날 소통관에서 했던 기자 회견 꼭지가 당일 저녁 방송3사, 종합편성채널, 보도 전문 채널에 뉴스로 나간다. 이것이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말의 권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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