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의 이양재 소장님 글을 통해서 작은 단독주택도 콘크리트로 시공하는 경우가 많고 고층 건물은 당연히 콘크리트 이외의 재료를 생각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건축 시공이 국제적인 최근의 건축계 조류와 맞지 않다는 걸 귀동냥해왔죠.
그래서 국립산림과학원이 국산 목재의 건축자재 사용을 진흥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주한 산림생명자원연구소와 한그린 목조관 설계와 시공에 참여한 배기철님과 이도형님께서 쓰신 이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앞의 절반 정도는 콘크리트의 단점에 대한 비판이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일반 교양서로 읽을 수 있었는데 반해 뒷쪽 절반 정도는 저같은 문외한이 아닌, 건축학을 제대로 공부한 이들을 위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건축공간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느낌으로 대강의 큰 메시지만 이해해보자는 심정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고요.
이 책덕분에 현장시공인력 및 의존도 축소, 탄소배출저감, CNC와 BIM, 프리팹을 통한 공기단축 등 어차피 건축시공에서는 가야할 방향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도로수송수단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가는 것처럼요. 건축계에서도 테슬라와 같은 파괴적 혁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데 자동차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이런 혁신이 일어나더라도 모방자도 되기 어렵고 철저한 후발주자가 될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물론 이런 비관적 예측은 우리나라의 빈약한 입목자원과 목재산업의 산업화 미흡으로 인한 고비용, 고온다습한 여름철 기후와 장마 및 수시로 오는 태풍이라는 목재 함수율 관리에 악조건, 저렴한 시멘트 가격, 온돌 및 화장식 습식시공에 대한 선호도(유닛배쓰 비선호) 등 열정을 가진 업계 종사자나 연구자의 의욕만으로 허물기 쉽지 않은 제약을 고려한 문외한의 개인의견일 뿐입니다.
이 책은 고층 목조건축의 가능성과 우리나라 가야할 길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한옥이 아닌, 현대식 중목구조 주택 건축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축적된 설계시공 지식 수준이 참으로 일천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서요.
어차피 벽식구조에다가 장스팬 공간을 만드는데도 제약이 있는 경량목구조보다는 중목구조 주택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만약 현재 중목구조 주택을 짓고 싶다면 아예 일본에서 중목구조를 제대로 짓는 회사에 설계를 의뢰하고, 일본의 JAS 목재와 철물들, 그리고 가능하면 일본에서 일해본 숙련인력들에 의존해서 철저한 일본식 중목주택을 짓는 것이 건축주로서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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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이 책은 (중략) 나무가 지닌 현대적 가치에 집중해 도시 공간에서의 '고층 목조(Tall Wood)'라는 새로운 건축을 주제로 한다.
81쪽
철은 화염에 노출된 지 10분이 경과해 온도가 약 섭씨 550도에 도달하면 강도의 50%를 잃고, 30분이 지나 섭씨 750도에 달하면 강도의 90%를 잃는다. 반면 목재는 화염 노출 10분 후 20% 미만의 강도를 잃고, 30분 후에는 약 25% 미만의 가옫만 잃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99쪽
수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약 40~60년 정도가 성장 활동량이 절정에 달하며, 이 때 탄소를 최대로 저장할 수 있다.
203쪽
국내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은 2019년 준공한 한그린 목조관으로, 최고 높이는 19.1m이다.
254쪽
(노르웨이 베르겐에 건축된) 트리트에 적용된 모듈러 공사 방법은 인필(Infilled)공법이다. 인필 공법은 건물 골격을 먼저 만들고 책상 서랍을 끼워 넣듯이 단위 세대를 구성하는 모듈러 공법 중 하나이다.
267쪽
(오스트리아의 8층 규모 바닥 연면적 약 1.600제곱미터의 엘시티 원 건물의) 전체 공기는 약 1년 정도 소요됐지만, 기초와 코어 등 사전 준비 시간을 제외하면, 목구조 벽체를 현장에서 설치하고 마무리하는 데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략) 공사 시간을 이렇게 단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건물 기초를 만드는 동안 목구조 벽체를 공장에서 동시에 제작했기 때문이다.
336쪽
공학 목재의 제조 과정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 수분 합수율을 최대한 낮게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함수율 6~10%를 유지해서 목구조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권장하지만, 실제로 6%의 수분 함수량을 유지하기란 쉬운 목표가 아니다.
363쪽
목재의 소리 투과성이 문제다. 콘크리트와 달리 다공성이라는 나무의 특징도 있지만, 재료들을 하나하나 결합해 벽체와 바닥을 구성하기 때문에 틈새가 생기고 밀도가 낮아 소리 전달이 콘크리트 건축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기 중의 소리와 목재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충격음의 전달을 제어하려면 벽체, 바닥 및 지붕을 구성하는 재료 간의 조합을 고민해야 한다.
365쪽
무엇보다 CLT든 장선 구조이든 콘크리트를 50mm 이상 설치하면 층간 소음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해외에서도 콘크리트-목재 합성 바닥 구조체는 쉽게 볼 수 있는 디테일 중 하나이고, 특히 온돌 문화에 익숙한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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