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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무진] 여우의 계절(2024)

독서일기/국내소설

by 태즈매니언 2024. 7. 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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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기간 휴면상태에 있었던 <세종시 건축+생활체육인 독서모임>이 최근 활동을 개시하게 되었는데, 제가 추천해서 모임 분들과 함께 읽은 소설입니다.
추천한 저도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상태였고, 심지어 차무진 작가님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도 페이스북에 올라온 김지선 선생님의 추천을 보고 함께 읽어야겠다고 용감하게 마음먹었는데 어제 독서모임을 해보니 잘 골랐다 싶더라구요.
저는 아직도 성리학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한국인들이 제발 유교탈레반 국가 조선 일변도의 역사기억에서 좀 벗어나서 고려시대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싶더라구요. 현세적이고 물질주의적인 측면에서 대한민국과 비슷한 건 고려니까요.
특히 고려거란전쟁은 몽골제국 전까지 군사력으로는 전세계 최강이었던 거란의 정예군을 자국군만으로 대회전에서 몰살해서 거란의 병참기지로 전락할 위기를 넘겼던 역사의 갈림길이니까요. 그래서 연말연초에 방영된 KBS사극 <고려거란전쟁>에 대해 기대했다가 실망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 소설은 거란장수와 고려인들 사이에 별문제 없이 말이 통하는 부분이나 '각치'를 굳이 역사 속의 그 인물로 설정했어야 하는지(휘하로 거느린 총애하는 귀화한 장군 정도였으면 적절했을텐데) 등 아쉬운 부분이 있기 합니다.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애매한 서술때문에 난해하게 읽히는 부분도 종종 있고요.
하지만 문체가 아름답고, 11세기 당시에 양계지방에서 거란인, 발해인, 여진인들과 부대끼며 살았을 북부인들의 생각과 행동양식을 잘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배경지식이 좀 필요합니다. 임용한님의 <전쟁과 역사> 2권, 길승수님의 <고려거란전쟁>, 홍대선님의 <한국인의 탄생> 중에 한 권은 읽고 소설을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일본의 비슷한 팩션으로 최근에 읽은 <흑뢰성>과 <리큐에게 물어라>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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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쪽
가죽이란 원래 피가 튀어 스며들면 좋지 않다. 그중 낙타 가죽에 밴 곰의 피는 최악 중 최악이다.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 거란은 몸을 씻지 않지만, 걸친 가죽에 더려운 것을 묻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146쪽
저 시신의 치아는 나이에 맞지 않게 심하게 닳아 있습니다. 치아는 극도의 흥분 상태를 구분하는 아주 중요한 잣대인데, 사냥꾼들도 짐승을 노리거나 잡을 때 어금니를 갈지요. 짐승을 잡을 때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이 사람을 죽일 때는 더하지요.
335쪽
놈들은 절대로 약하지 않아. 지쳐 있다는 것과 약하다는 것은 다르지. 저들에겐 말의 체력이 중요해. 말이란 먹이고 쉬게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회복하니까 언제나 내려올 때의 그 기세등등한 귀신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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