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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최은영 외] 푸른색 루비콘, 이모에게(2023)

독서일기/국내소설

by 태즈매니언 2025. 2. 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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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찾아 읽지 않은지 좀 된 것 같지만 수상작이 김혜진 작가님의 작품이라길래 보게 되었습니다.
작가로 10년 이상 활동하시며 내신 작품들 중에서 저는 <너라는 생활>, <딸에 대하여>, <불과 나의 자서전>, <9번의 일>을 읽었네요.
다른 작품들은 다 좋았는데, <9번의 일>에서는 성별과 연령, 직업 등이 저자 본인과 전혀 다른 주인공의 묘사가 살짝 아쉽다는 느낌이 있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상작 <푸른색 루비콘>은 아내를 잃고 홀로 된 은퇴한 자기가 하고싶은 게 뭔지 모르는 남자 노인의 모습을 엄청 빼어나게 묘사하셨더라구요.
어쩌면 20년 후의 제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제 故정아은 작가님의 '소설은 삶을 보여주는 글이고, 잘 쓴 소설은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실감나는 경험을 준다'는 말씀이 떠오르는 작품이었습니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프 랭글러에서도 가장 가혹한 오프로드 주행용 차량인 루비콘을 맥아리가 하나도 없고 식물같은 은퇴한 노인이 끌고 다닌다는 설정 자체가 이 작품의 주제를 잘 그려내고 있으니까요.
보기 좋은 노인으로 늙어가려면 산에서 나무를 해오고, 채소밭을 가꾸고, 이것저것 직접 만들고 손질하는 건강한 취미농부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정작 노후에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고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해봤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불편해하며 여러 번 만났던 넝마주이 노인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바꾸는 것 같은 경험이 노인의 지혜가 되어야 하는데, 요즘의 세상을 보면 노인이 될수록 점점 더 편벽해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특히 무료 지하철말고는 어디 다닐 경제력도 없는 가난한 노인들은 유튭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정년을 맞이해서 직장을 아예 떠났을 때, 사람들하고 어떻게 주기적으로 기꺼운 마음으로 만나는 모임을 만들거나 들어갈지. 저도 늙고 세상에서 혼자가 된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하는 모임을 어디서 찾아야할지 막막하네요. 사람이 그리워서 매일 공중목욕탕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사위원들께서 본선에 오른 여섯 작품 중 두 작품을 두고 고심했다고 하시던데, 제가 읽은 소감으로는 김혜진 작가님의 <푸른색 루비콘>에 버금갈만한 작품은 최은영 작가님의 <이모에게>였습니다. 권여선 작가님의 <이모>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좀 더 친절하고 자세한 이야기였고, 따스한 결말이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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