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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2023)

독서일기/국제정치

by 태즈매니언 2024. 8. 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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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에 나와서 '한반도 천동설'이라는 풍자적인 용어를 유행시켰던 책을 이제야 읽었네요. 이런 훌륭한 책이 10쇄를 찍었다니 아직 나라가 완전히 망한 건 아니다 싶습니다.

TV조선에서 국방과 북한 분야 기자로 활동하던 저자 김동현 님이 미국의 공무원신분으로 국영방송 VOA(미국의 소리) 펜타곤 출입기자로 4년 동안 일하며 취재하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서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 안보와 관계된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훌륭한 책입니다.

우리나라의 허울뿐인 민낯이 제대로 드러나는데, 국방전략, 워싱턴 외교, 언론사의 미국특파원 등에서 본질적인 일에 집중하면서 능력을 키워가야할 젊은 실무 엘리트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가 박살난 상황에서 이들 개인들을 비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네요.

이 책은 특히 외교안보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민주당쪽 정치인들과 그들의 보좌진들이 꼭 읽었으면 싶습니다. 트럼프 2기 정권이 오건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이 등장하건 미국이 한국을 보는 관점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으니까요.

'발사의 왼편(Left-of-Launch Capability)'이란 개념도 처음 들었고, 평택에 위치한 오산공군기지가 일제강점기에 일본 육군 항공기지로 사용되었었고 당시 평택에서 날아간 폭격기가 때린 곳이 상하이와 난징이었다는 걸 들으니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저자가 4년의 VOA 근무기간 동안 800개가 넘는 취재 기사를 쓰고 고위 전직관료 등 다양한 취재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호기심과 집념은 물론 와세다 대학교를 졸업해서 워싱턴의 일본인 기자 및 학자들과의 대화도 자유로웠던 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부럽더군요.

앞으로도 이런 분들이 한국사회에서 좀 더 발언권을 얻고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를 잡아야지 이 나라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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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쪽

나는 지난 4년 동안 펜타곤 출입기자를 맡으면서 당국자에게 듣는 기자회견보다 의회 청문회장에서 미국의 더 정확한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국방 예산 배정 권한이 있는 의원들의 힘이 막강하다는 뜻이다.

157쪽

미국은 복수의 핵 적성국과 경쟁하는 전례 없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핵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미국의 관점을 투영하지 않으면 한국의 핵무장은 허락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물론 이런 논리를 따른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 허용을쉽게 해준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중략)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핵공유제, 전술핵 재배치, 한국의 핵무장 모두 미국의 셈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한반도 천동설'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196쪽

한국과 일본의 소통 부재는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다. 심지어 미국 국민은 미군이 자국이 아니라 동맹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이런 수고로움을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것이 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싸고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이 격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차라리 이 참에 동맹을 끝내자고 비아냥거린 이유다.

257쪽

"외교 안보 취재는 사실확인과 상상력 사이 조화의 결과물이야." TV방송국 기자 초년병 시절 한국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취재의 높은 벽에 막혀 빌빌거리던 나에게 한 당국자가 건넨 진심 어린 조언이다.
(중략)
드러난 각각의 사실을 토대로 상상력을 동원해 큰 그림으로 다시 그려보는 작업은 외교 안보를 취재하는 기자에게는 필수적인 역량이다.

328쪽

인도태평양과 관련한 주제를 다루는 소모임에서, 그것도 미국의 고위 관리 또는 의원이 참석하는 현장에서 항상 자리를 지키는 것은 일본, 중국, 타이완 정부 관리들이다. 대다수가 백인인 모임에서 아시아인은 손에 꼽힌다. 행사 뒤 명함을 교환해 대조해본 결과다. 하얀 정복을 입은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무관도 종종 나타난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참석한 각종 소모임에서 한국 관리를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335쪽

질문의 길이는 40초가 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에 많은 것이 결정된다. 당국자와의 만남은 일회성이 아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일수록 눈도장이 찍힌다. 이번에 좋은 답변을 얻어내지 못해도 당국자는 질문을 던진 사람, 소속 매체는 기억한다. 다음 기회에 질문을 얻어내기 쉬워진다. 질문 내용은 그 사람이 얼마나 사안에 대해 공부했는지를 파악하는 척도다. 청중 속에는 기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직 관리, 의회 관계자, 외국 대사관 관계자, 군산 복합 업체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섞여 있다.
좋은 질문은 워싱턴D.C. 내 인맥 형성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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