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언 브레머/김고명 역] 우리 대 그들(2019)

독서일기/국제정치

by 태즈매니언 2023. 2. 21. 22:58

본문

 
지정학적 전략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창립자 이언 브레머 선생이 2019년 초에 낸 책을 4년 후에야 봤네요.
상호의존에 기반한 세계화로 인해 이익을 향유하는 자들과 좋아진 게 없는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국수주의와 세계주의의 갈등이야 이미 한참 동안 논의된 이야기죠.
하지만 유리한 인구 구성(인구보너스), 노동의력의 이동(이촌향도), 경제성장, 정치 개혁에 근간을 둔 한국과 같은 선순환 시스템에 기반한 발전 모델이 최근 붕괴되고, 한 때 유망했던 개도국들이 혼란에 빠지는 공통적인 원인을 4년 전에 이미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저임금 노동의 상대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지적한 통찰에 감탄하게 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보통선거권와 교육의 기회 등 기초적인 인프라의 제공이라는 정도가 아니라 국민들이 국가를 계속 신뢰하고 지지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새로운 사회계약의 전망은 어두워보인다는 솔직한 진단도 동의하고요.
'우리 대 그들'을 나누는 정치인들의 선동으로 만성적인 갈등 상태에 빠진 영국 브렉시트 사례가 최악으로 보입니다. 이런 최악을 피하려면 차라리 한국처럼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행복의 기준을 상위 20% 수준으로 높게 인식하게 해서 급속한 저출생 사회를 달성해서 경쟁압력을 줄이는게 차악은 되지 않나 싶네요. 어차피 대부분의 인간은 로보틱스와 AI에게 밀려 도태되어야 할 운명이라면요. 사회유지를 위한 생산과 서비스를 로봇과 AI에게 맡기고, 세계관 갈등의 참호전이 될 지방은 아예 소멸시켜버리는 한국의 방향이 계속 안정적으로 번영하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은 사실상의 섬나라에 고립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물질주의와 동조압력 성향이 강한 나라면서 일본과 달리 적당하게 외국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장벽 안의 세계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의 국가니까요.
한국인들이 선거에서 어떤 정치가를 뽑더라도 그 정치가가 무능할 수는 있지만 현세주의, 물질주의, 중앙집권주의의 '장벽'을 허물 일은 없고 오히려 'K'의 사례가 롤모델이 되지 않을지 계속 지켜보려 합니다.
------------------------------------------------
159쪽
장벽은 민주주의를 말살하지 않는다. 장벽은 '그들'의 민주주의를 박탈함으로써 '우리'의 민주주의를 보호한다.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이런 주장을 더욱 공공연하게 피력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장벽은 만족을 주고, 정치가 매끄럽게 돌아가게 한다. 장벽은 그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지 않고, 현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가시적인 증거(때로는 환상에 불과하지만)를 제공한다.
174쪽
2017년 1월에 제정된 러시아 법에 따라 일간 이용자가 100만 명 이상인 뉴스 포털은 사이트에 표시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법적 책임이 있다. 단, 러시아의 미디어 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에 공식 등록된 매체의 뉴스만 게재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있다.
250쪽
실험이 가능한 여건이 갖춰진다면 사회계약을 재작성하려는 노력으로, 가장 쉽게 결실을 볼 수 있는 곳은 사회의 동질성이 비교적 크고, 국경에 가해지는 압박이 비교적 약하고, 계속해서 경제의 생산성을 확대할 수단이 마련된 국가들이다. 하지만, 그 밖에도 정치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성격의 합의가 가능한 나라라면 어디서든 사회계약 재작성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