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과 비슷한 책들은 쏘울푸드처럼 주기적으로 섭취해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전 농막으로 이미 5도2촌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한 때 유행했던 BOBOS란 단어처럼 먹고 살만한 중산층 아재의 힙스터 흉내가 아닐까 싶고, 이런 거 좋아하다가 지구종말에 대비하는 생존주의자처럼 편벽해질까봐 걱정이 되는데도 계속 끌리는 이유가 뭘까요?
아무 걱정없이 쓸 수 있는 전기, 깨끗한 물, 수세식 변기를 포기하거나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불편함은 쉽사리 감수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이해하는 세상을 좀 더 확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디지털 디톡스와 즐겨하는 페북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생물들의 세계를 경험하는데,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몸에 새기는데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이 책은 트리하우스, 오두막, 트레일러, 캠핑카, 보트와 요트, 재활용 생태주택, 게르(유르트)와 같은 다양한 오프그리드 주거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저는 몽골에서 경험했던 게르가 가장 끌리네요.
미국에는 무려 40제곱미터 면적의 게르를 팔기도 한다니 부럽고, 나중에 혹시 더 넓은 땅을 갖게 되면 저도 게르 하나 세워두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대도시라는 문명의 플랫폼을 떠나 시골로 오게만드는 건 이런 끌림이지 않을까요? 텃밭과 정원을 꾸미고 친구를 초대해 함께 추억을 만드는 복고적인 삶.
드넓은 자연이 있는 미국과 여러모로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규제와 비용을 고려하면 임야를 사서 산림경영관리사를 짓는 방법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오프그리드 라이프라고 생각됩니다.
———————————-
28쪽
사람들이 집 건축에 대해 자문을 구한다면 내 조언은 다음과 같다. ‘집 지을 땅, 그 주변 분위기를 먼저 느껴라’.
적합한 땅을 구했다면, 집을 본격적으로 짓기 전에 1년 정도는 이동식 집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살아보라고 권한다.
31쪽
모든 사람이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살 집을 결정하는 것이다.
40쪽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선 희생도 필요하다. 그러나 삶을 지탱하는 과정들에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보상처럼 따라온다.
(중략)
오프그리드 라이프에서 필요한 것은 생각의 자유로움, 그리고 직접 해보는 것이다.
131쪽
겨울에 온수 욕조를 사용하는 것은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는 마력이 있다. 나는 교외 주택 뒷마당이나 로키산맥 오두막집에도 야외 온수 욕조 설치를 추천한다.
240쪽
차박에서 기대하는 판타지와 실제 겪는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 호주의 거친 바위를 기어오르거나 강을 향해 돌진하는 멋진 모습을 기대하기 쉬운데 현실은 다르다. 멕시코 정글 속을 운전하면서 ‘와, 드디어 내가 이 차로 해냈다’라고 환호한다. 그런데 그때 혼다 시빅이나 닷지 네온 같은 소형차로 가뿐하게 당신 옆을 지나는 사람을 발견한다. 그 사람은 당신의 거대한 킬리만자로 같은 차를 보고 속으로 비웃을지 모른다.
[정성갑] 건축가가 지은 집(2024) (0) | 2025.01.19 |
---|---|
[이재성, 이정윤] 작은 책방 집수리(2024) (0) | 2025.01.18 |
[푸하하하프렌즈]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2023) (4) | 2024.09.14 |
[Rovert Klanten, Elli Stuhler] Vertial Living : Compact Architecture for Urban Spaces(2021) (0) | 2024.07.03 |
[임형남, 노은주] 집의 미래(2023) (0) | 2024.07.0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