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서 다음주부터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네요. 이제 다음 주부터는 겨울인 것 같습니다. 땅이 얼기 전에 얼마전 사온 수선화 구근과, 지난 장마철에 캐서 보관해왔던 튤립 구근을 심어야겠더라구요. 튤립은 작년에 코스트코에서 샀던 구근인데, 팔던 것보다 훨씬 큰 알밤만한 구근들도 열 개쯤 얻었습니다. 껍질을 미리 좀 까주고 챙겨왔죠.
암탉이 세 마리인데 8개월 된 어린 산란계 한 마리만 알을 낳네요. 예산의 농장에서 입양해온 청계 두 마리는 완경인지, 아니면 수탉들에게 시달려서 그런지 알을 안준지 한참 되었고요.
다음주부터 노지는 영하로 떨어지니 늦게 심어서 아직 자라고 있는 브로콜리와 적양배추를 온실로 옮겨심어줬습니다. 온실에 미리 심은 청상추랑 로메인 상추도 잘 자라고 있네요.
김선생님께서 커피 한 잔 하자고 부르셔서 갔더니 오늘 무를 수확하셨고, 다음주 수요일에 김장을 하신다고 하네요. 커피도 얻어마시고 무 세 개와 토란 한 봉지를 얻어왔습니다. 공주에서도 토란이 되는군요. 토란으로 탕국 좀 끓여먹고 몇 개 남겨뒀다가 내년에 저도 심어보렵니다.
밭 입구쪽 경사지 아래에 만든 틀밭에 수선화 구근과 튤립 구근들을 심었습니다. 구근 크기에 따라 15~20cm 간격에 구근 크기의 세 배 깊이로요. 내년 봄에 밭에 올 때마다 꽃봉오리를 보겠네요.
그리고 고민하다가 산란계 수탉 두 마리를 오늘 도계했습니다. 닭장문을 열어놓으면 강아지처럼 저를 따르던 녀석들이긴 했는데 너무 자주 울어서 이웃 주민분들께 민폐이고, 교미하려고 자꾸 괴롭혀서 청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서요. 중병아리이던 3월부터 키웠는데 직접 잡으려니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해야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암수 성비가 1대7은 너무했어요 ㅠ.ㅠ
알파 수탉을 먼저 잡아가는데, 베타 수탉이 제가 닭장을 나가자 마자 한 마리뿐인 산란계 암탉 등에 올라타고 교미를 시도하더군요. 그리곤 제가 베타 수탉을 잡으러 왔을 때도 연거푸 암탉 등에 올라타고 교미를 하고 있었습니다. 알파 없을 때 참았던 욕구를 풀고 싶었는지, 아니면 죽음을 예감하고 한 번이라도 더 해서 자손을 남기고 싶은 본능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닭장 안에서 살다보니 무리를 지켜주고 탐스러운 동물성 먹이들을 찾아내서 자기 암탉들에게 알려주는 장닭의 역할도 못해본 불쌍한 녀석들을 손질해서 이웃집 두 분 어르신들께 잡수시라고 드리고 왔습니다. 뭐 인간 수컷도 '소모되는 남자'에서 통찰한 것처럼 위대해지는 소수 말고는 태반이 갈려나가는 건 마찬가지라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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