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190화 : 겨울 연말의 밭
배추까지 다 수확한 겨울이 되었고 올해는 월동작물인 마늘, 양파를 심지 않다보니 이제 내년 3월까지 농사는 쉬는 기간입니다.
그래도 휴일날 아내가 차려준 건강식 아침식사를 마치고 쉬다가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오는 낮시간이 되면 잠깐은 다녀오게 됩니다.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들에 물을 좀 주고, 달걀 수거에 닭들이 먹을 잔반 챙겨주러요.
닭을 직접 부화시켜서 키워보고 싶었지만, 50%의 확률로 나오는 수탉을 또 죽이기 싫어서 청주에서 어린 청계 암탉들을 데려왔는데, 개중에 한 마리가 수탉이네요 ㅠ.ㅠ
이것도 낮최고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서 동파방지 야외수전을 통해 물을 줄 수 있을 때라 가능하고, 온실 상추도 아마 1월이 되고 일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면 얼어죽을테니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의미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에 있다고 하지요. 미국이라면 모를까 한국의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수준의 후진 비전, 믿고 내 삶의 좌표로 삼고 싶어도 이미 너무 케케묵은 수천 년 전 수준에 세뇌시킨 사람들한테 빨대꼽고 먹고사는 게 뻔히 보이는 종교들, SNS에서 무수하게 갈라져서 서로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질릴 때면 이렇게 누구한테 방해받지 않는 시골의 자기 땅 오두막에서 쉬는게 좋긴 합니다.
물론, 가설건축물에서 불가능하긴 하지만 혹시 허용해주더라도 한국의 중부지방 한겨울을 지내기엔 역부족이니 잠깐 쉬다고 오는 정도긴 한데 전투적인 동계 노지캠핑보다야 훨씬 쾌적하니까요.
외식이 잦은 저와 달리 밖에서 삼겹살 먹을 일이 잘 없다는 아내와 함께 공주대 후문쪽에 있는 '88무쇠삼겹'집에서 점심으로 삼겹살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150g에 10,500원에 1등급 한돈을 사용하는 집인데, 고기도 직접 구워지시는데다 곁들임 반찬들도 정말 많고 쌈야채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이렇게 파셔도 괜찮나 걱정될 정도네요.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공주 봉황동 제민천길 안쪽에 숨어있는 '갤러리 마주안'에서 전시 중인 일러스트를 좀 구경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차가 못들어가는 골목안쪽길을 지나면 나오는 기역자 모양의 작은 시골집과 헛간 겸 외양간으로 쓰던 창고가 있어 감싸주는 느낌의 공간인데 중정처럼 폐쇄적이지 않아서 좋네요.
마당에 심은 한그루 동백나무와 자갈 크기에 따라 신경써서 만든 타원형의 돌밭에서 한국시골의 와비사비가 느껴졌습니다.
(191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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