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1월도 포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난 24절기 중 입동인 지난 목요일날은 늦가을 들어서 처음으로 공주의 일최저기온이 영하 1도를 찍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니 24절기에 관심을 갖게 되네요. 수시력을 우리나라에 맞는 칠정산으로 고친 세종대왕과 학자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신 건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밭에 갔더니 김선생님을 통해서 주문한 유기질 퇴비 한 팔레트 80포가 도착해있네요. 닭똥과 음식물쓰레기를 퇴비장에서 꾸준히 모으고 있지만 부숙이 덜 되기도 했고 양도 많지 않아서 퇴비가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어차피 부숙이 되려면 1~2년 푹 묵혀야하니 농부들처럼 미리미리 쟁여두면 좋죠.
서리가 한 번 내렸다고 밭작물들이 꽤나 얼어죽었네요. 서리 내리기전에 바질 이파리들 한 번 더 수확할 걸. 바질, 방울토마토, 감자, 호박, 가지 모두 죽었습니다. 이제 밭에 남은 건 상추, 쑥갓, 부추, 쪽바, 배추 뿐이라 한층 단촐해졌습니다.
가을감자로 심은 홍감자는 싹틔우기도 안하고 워낙 늦게 심은 터라 기대도 안했는데, 다행히 내년 봄에 심을 씨감자는 얻었네요. 뿌리작물은 안하려고 했는데 내년엔 한 번 심어보려구요.
목질화가 진행된 밭작물 줄기를 다 뽑아내는 것도 은근히 운동이 됩니다. 적당히 잘라서 유실수 멀칭재로 덮어줬네요.
닭들에게 야외 산책과 먹이활동을 시켜주는 보람도 휴일에 농막을 찾는 이유입니다. 맛있는 잔반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닭장 문을 열어주자 마자 산란계 세 마리는 부리나케 나가네요.
질투가 심한 수탉들을 다 잡아서인지 산란계 수닭 둘에 암탉이 한 마리인데도 셋이서는 사이좋게 잘 지내입니다. 물론 우두머리인 흰수탉하고 붙어 다닐 때가 많지만요. 이젠 평상에 올려둔 호박도 마구 쪼아먹고 똥을 갈기고 다니고 막나가는 깡패들이에요.
불쌍한 청계들은 문을 열어줘도 물통 위에서 피신해있다가 한참이 지난 다음에서야 나옵니다. 수탉 두 마리가 교미하려고 하면 기를 쓰고 피하더군요. 교미를 거부하는 것때문에 계속 따돌림 당하는 건가 싶기도.
빨간 벽돌이 보고 싶어서 틀밭 맨 윗단에 미장을 안했더니 겨우 삼 년째인데도 벌써 탈락한 적벽돌이 나오네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겨울이 오기 전인 오늘, 간만에 몰탈을 개서 미장을 했습니다.
다음주에는 낮최고기온이 20도까지도 올라가던데, 입동에 기온이 영하까지만 안떨어졌더라면 홍감자가 제대로 굵어졌을텐데 좀 아쉽네요.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