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같은 직장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 독후감을 쓰기 면구스러워서 안올렸는데, 소개 안하기가 아까운 책이라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라고 올려봅니다.
이재용 작가님은 로드사이클, 스키와 스노보드, 다이빙, 권투 등 만능 스포츠맨에, 사진, 요리, 농사, 목공, 오토바이에 선박면허까지 갖고 있는 친화력 좋으신 취미부자시고요.
만약에 출판사에서 이 여행기를 육아도서로 기획했다면 책으로 만들지 않았을 거라고 하셨을 정도로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셨지만, 육아를 안해본 제가 생각하기에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외의 선물은 머리말에서 쓰신 것처럼 '다양한 경험과 체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청소년기에도 스스로 노력해서 채워나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저처럼 도전적이지 못한 자녀들도 있으니까요.
이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 서윤이와 함께 7개월 동안 세계각국을 다니며 '생활육아'를 하는게 얼마나 큰 부담일지 짐작이 안되지만, 어린시절에 이렇게 넓은 세상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경험이 서윤이에게는 정말 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여행을 마쳐서 정말 다행이고, 책을 보면서 저는 조지아, 안도라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
육아휴직을 하고 오른 여행길이다 보니, 서윤이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 뿌리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강박관념에 바쁘게 돌아다녔지만, 그건 아이를 위한 정답이 아니었다.
(중략)
서윤이는 주노와 함께할 때면 나와 단둘이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걸 배우고 더 열정적으로 세상에 뛰어들었다.
(중략)
이 깨달음을 계기로 나는 여행을 대폭 수정하기로 했다. 서윤이가 친구와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주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어딜 가더라도 관광 욕심은 접고,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부터 찾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서윤이가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면 내가 먼저 엄마들 무리로 가 인사를 건네고 내일도 같이 놀자는 말을 건넬 것이다.
서윤이와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내가 상상한 서윤이의 모습이 있다.
(중략)
언어, 종교, 인종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미소로 먼저 다가가 손내밀 줄 아는 멋진 녀석.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다들 알게 되겠지만, 부모라는 건 피할 수 없는 일 같아요. 힘들다고 도망칠 수도 없고,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가 인생 최대의 숙제가 되죠. 아이가 경험을 많이 하고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결심했어요. 아내와 함께 못 온 게 아쉽지만, 서윤이도 저도 많은 걸 경험하며 여행하고 있어요."
세계여행을 하며 서윤이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이 명확해졌고, 돈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을 본 이후로는 아빠의 주머니 사정에 더욱 신경 써주는 눈치다.
왕복항공권을 제외하고 주머니에 딱 200불만 넣어 미국 땅을 밟았다. 4개월간 그랜드캐니언에 있는 호텔에서 청소를 하며 다양한 나라의 사람과 내일에 대한 걱정 없이, 그저 그 순간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의 시간은 내 삶에 확실한 전환점이 되어 주었다.
그곳에서 받은 가장 큰 충격은 미국인들은 현재를 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친구들은 항상 이렇게 물었다.
"이번 주에 뭐 할거야?"
"지난주에 뭐 했어?"
"난 주말에 이거 할 건데 같이 할래?"
그들의 관심사는 대부분 '이번 주에 무엇을 할지'였다.
한국에서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았다. 그리고 그 미래는 계속 뒤로 밀리기만 했다. 그리고 그 미래는 계속 뒤로 밀리기만 했다.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 집에서 독립만 하면, 결혼만 하면, 아이만 키우면, 승진만 하면...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인생 미리 즐긴 놈이 승자지!"
(192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지 두 달 후)
"서윤아, 학교 가면 모르는 친구도 많고, 같은 유치원 졸업한 애들끼리는 서로 친하잖아. 어울리기 힘들지 않아?"
"아빠, 애들 다 한국말 하는데 무슨 걱정이야. 괜찮아, 재미있어!"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