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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소년을 위로해줘(2010)

독서일기/국내소설

by 태즈매니언 2014. 3. 1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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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의 '은희'는 나이에 절대 어울리지 않았던 열두살이었지만 1인칭 관찰자시점이 훌륭하게 들어맞았다고 느꼈는데 이 소설은 겨우겨우 다 읽었다. 아무리 애늙은이라고 잘봐줘도 나이에 너무 안맞잖아 이거. 나 작가요라고 젠체하는 느낌이 너무 오글오글해서 원. 공지영씨의 <즐거운 나의 집>하고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 땐 이런 불편한 느낌은 없었는데. 혹시 이 책 바로 전에 읽는 소설이 요 뵈스네의 빼어난 소설이어서 그런건가? 어디서 많이 본듯한 설정들에 좀 질렸다. 

이렇게 투덜거리는 건 무척 바쁜 이번 주에 몇번을 그냥 덮으려다가 없는 시간 내서 틈틈이 끝까지 읽은 것에 대한 보상심리때문일듯. 다 읽고 까니까 후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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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하긴 엄마는 지금까지의 애인들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 상냥하다. 좋은 인간으로 보이려는 태도가 아예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사람이랄까. 자기 말로는, 평판 같은 건 상관없지만 누구든 편견 없이 인격적으로 대하려는 교양과 오랜 인기관리 생활이 몸에 배어서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남의 비난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171쪽

또 이런 말도 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해도 되긴 하지. 근데 그게 훨씬 더 어려울걸. 내가 남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 그거 몹시 힘든 일이야. 모든 게 다 자기 책임이 되거든. 안전한 집단에서 떨어져나와 혼자여야 하고. 정해진 가치를 따르지 않으려면 하나씩 자기가 만들어가야 해. 또 무리에서 떨어져나가면 끊임없이 자기에 대해 설명해야 해. 경쟁을 피하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남과 다른 방식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일이라면 말야. 어쨌거나 나는 네 선택이 마음에 들어. 우리, 재미없는데도 꾹 참으면서 남들한테 맞춰 살지는 말자. 혼자면 재미없다는 것, 그것도 다 사람을 몇 무더기를 묶은 다음 이름표를 붙이고 마음대로 끌고 다니려는, 잘못된 세상이 만들어낸 헛소문 같은 거야. 혼자라는 게 싫으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되지만 혼자라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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