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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후] 압축소멸사회(2024)

독서일기/한국정치

by 태즈매니언 2025. 1. 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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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보좌관과 행정부의 정무직 공무원으로도 근무하셨던 정치학과 교수님이 쓰신 책인데, 들어가는 글에서 '정치가 소멸한 사회는 공동체의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해서 보게 되었네요.
압축 성장한 이 나라가 압축 소멸로 가고 있는 자유낙하 상황을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한탄하는데, 입시와 일자리에서 90%의 청년들을 실패자로 만드는 행복의 기준, 누구도 국가의 미래에 비전을 갖고 있지 않고, 서로 간에 문제 해결의 비전이나 방식에 별다른 차이도 없이 상대방에 대한 심판만을 요구하는 '정책-이념-국정 운영 능력' 모두 밑바닥 수준인 양대 정당, 정당 안에서도 정책과 가치 경쟁이 없는 계파들, 정치적 상대방을 사법의 영역으로 끌고 와서 단죄하면서 정치 혐오 정서를 조장하고, 정치를 사법적 판단의 하위에 놓으려는 반정치적인 포퓰리즘과 법률주의의 결합 등 언급된 내용들에 대해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마지막 제4부에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치가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와 호소이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아쉽습니다.

 

이 책 출간 이후에 보여주듯 1987년 체제인 제6공화국은 거의 완전히 파산한 상태입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와 동조자들을 처단한 이후, 권력구조의 개편 등 개헌이 논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하지만 20대와 30대에게 1인 2표를 부여하는 정도의 파격적인 제도 조정이 아니고서야, 한국의 인구구조와 중국한테 따라잡힌 산업구조상, 근미래는 지난 30년간 일본이 겪어온 장기침체 사회의 열화버전이 사실상 예정되어 있지 않나 싶어 우울하네요.
<한겨레21>에 연재한 칼럼들을 모아서 편집한 책이다보니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되서 250페이지 분량을 150페이지 정도로 줄여도 무방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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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쪽
심판 프레임에서 머무는 한 두 정치 세력은 '나라가 망할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 소멸도, 세계 질서의 변화도,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환에도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중략)
결과가 나쁘면 전 정부와 야당 탓을 하면 됩니다. 야당은 정부가 외교와 경제를 망치고 있으니 반사 이익을 누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 나라가 망해도 좋은 것입니다. 아니, 망하게 방치할수록 좋습니다. 그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는 게 더 설득력이 있느냐의 문제만 남았습니다.
148쪽
민주화 이후 주요한 선거에서 나타난 변수는 층위에 따라 정책, 이념, 국정 운영 능력이라는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54쪽
한때 한국 정치에서 '협치'가 하나의 미덕으로 인정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변화입니다. 협치가 실제로 되는 안 되는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그것을 원했고, 정치인들도 그것을 지향하는 척이라도 했습니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원하는 것 중 하나는 '제발 좀 싸우지 말라'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분위기가 싹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정말로 격렬하게 싸웁니다.
212쪽
기후 위기와 전통 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 지방 소멸 대응 사이에 나타나는 균형 발전과 정의로운(?) 전환의 문제처럼 복잡한 갈등을 만나면, 진보 정당은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현실적으로 무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231쪽
지금 한국의 정치인과 정당들에는 경쟁만 있고 협력은 없다고들 합니다. 아닙니다. 경쟁도 없습니다. 정 어려우면 협치는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경쟁이라도 해야지요. 국민을 잘 살게 하고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정책 경쟁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경쟁은 안합니다. 정치적 비난을 할 뿐 대안에 대한 경쟁은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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