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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 독서의 기쁨(2018)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25. 1. 1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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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로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한 번도 영상을 보지 않아 몰랐던 김겨울님의 첫 에세이인데, '책 읽고 싶어지는 책'이라는 카피에 끌려서 어떤 분인지 알아갈 겸 보게 되었네요. 역시 책 표지가 중요합니다. 2018년에 나왔고, 2024년에 리커버했습니다.

책의 물성부터 시작하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관심을 유혹하는 매체들이 워낙 많아진 시대라 독서가 전보다 더 진입장벽이 높은 취미가 되었는데, 자신이 어떻게 책벌레에서 애서가가 되었는지를 되짚어가며 친절하게 책의 매력을 풀어놓으시더군요.

책에만 몰빵하신 분이 아니시라 유튜버에 음악, 게임 등 여러 미디어들을 즐기시는 분의 이야기라 더 전달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로 낭독하는 걸 듣는 걸 좋아하실 정도라니 좀 부럽네요. 듣는 책이나 전자책을 즐기지 않지만, 방해받지 않는 통시간 동안 누군가의 낭독을 듣는 건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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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쪽

책을 읽을 때, 되도록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정도에서 즐기기를 권하고 싶다. 걷는 독서는 책과 곰꼼히 대화하는 독서다.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곱씹으며 읽는 것이다. 한 귀퉁이를 빌려 저자에게 질문을 하고, 기억하고 싶은 궂ㄹ은 밑줄을 쳐둔다. 이 구절이 지금의 내 인생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생각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숙고하고 받아들이거나, 인정하거나, 반박해본다. 그러다 자전거를 타듯, 조금 속도를 내어 읽다가 눈에 걸리는 구절에서 멈춰 서서 자세히 바라본다. 충분히 사유한 후에 다시 페달을 밟는다.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완전히 책에 빠져든 상태로 읽어나간다. 푹 빠져서 읽되, 전체 내용을 조망할 수 있는 시선은 잃지 않는다. 앞을 보고 페달을 밟아야 내가 온 길과 갈 길을 알 수 있다.

101쪽

읽을 책과 읽지 않을 책을 가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짧게는 3초, 길어봤자 1분이면 충분하다. 이건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114~120쪽

책을 읽는 목적에 유희, 정보수집, 자기성찰 등이 있다면, 책을 사는 데에는 소장하고자 하는 목적밖에는 없다. 책을 내 눈과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두고 싶다는 욕망이다.
(중략)
책에 대한 소유욕은 그래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자 애정의 발로다. 구체적인 하나의 인간에 대한 소유욕과는 완전히 다른, 인간의 정신성에 대한 소유욕인 셈이다.
(중략)
그렇다면 정신성을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소유는, 언제든 내가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그 세계가 나를 재구성함을 허락하는 행위다.
(중략)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은 그 사람의 관심 분야가 책장에 반영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머릿속이 책장에 꽂힌 책과 점점 닮아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책을 소유한다는 것은 언제든 책에 정신을 침범당해도 좋다는 인정이다.

149쪽

책장에 꽂힌 시집 한 군을 꺼내 소리 내어 읽어보시라. 그건 글로 된 노래를 입, 귀, 눈, 손을 모두 써서 읽는 경험이다. 온몸으로 읽는 책은 온몸으로 느껴진다.

162쪽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모르는 사람들의 수많은 시선이 복잡하게 스쳐 지나가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지 않는다면, 대체 어디서 독서가임을 자랑하겠는가?

239쪽

내가 생각하는 북튜브 채널의 가장 큰 역할은 독서욕구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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