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도 과월호도 없는 잡지 매거진 <B>의 발행인이자, 브랜드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조수용님은 프로젝트 결과물과 인터뷰 기사들이 인상깊어서 더 알고 싶었던 분인데 이렇게 책을 내주셨네요.
푹 빠져들어서 단숨에 읽었는데, 인터뷰들은 각 챕터 사이에 배치하지 말고, 빼거나 책 뒷편으로 몰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터뷰로 인해 몰입이 끊어지는 느낌이어서요.
디자인이나 브랜딩 업무를 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읽으면 도움받을 내용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20~30대 직장인들이나 자영업, 사업가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네요. 제 2025년 첫 올해의 책 후보로 올려봅니다.
저는 조수용님처럼 치열하게 노력하고 뛰어난 성취를 이뤄낸 것도 없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한 성향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쇼핑과 공간을 만들어가는 걸 좋아한다는 점도 그렇고요.
'일의 감각'에 대한 저자의 조언을 들으면서 제가 해봤던 '여섯 평 농막' 마련하기 프로젝트의 경험을 떠올려보니 잘했던 부분과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들에 적용되는 내용들이 많군요.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서 길게 인용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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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신뢰를 얻으려면 오너의 고민을 내가 대신 해주면 됩니다.
(중략)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디자인 일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내가 오너십을 가져야 클라이언트가 날 믿게 되고 오랜 관계로 이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정상적인 오너'라면 내 고민을 치열하게 같이 해주는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신뢰가 누적된 것이 저의 커리어가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저는 내 취향을 깊게 파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높이 쌓아 올린 결과 만들어지는 것이 '감각'이라 생각합니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세상의 흐름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소한 일을 큰일처럼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이것이 감각의 원천입니다.
일상 속에서 쇼핑에 집중하는 일은 ' 내 취향을 깎고 다듬어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그 과정만으로 좋은 경험이 됩니다.
(중략)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런 일상에도 대상을 알아가고 범위를 넓혀서 경험하고 취향을 좁히는 과정을 반복하는 성실함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고,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과정에서 감각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의하는 안정감이란 '업에 진심인 사람들이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기획은 정성이 있다면 전공과 무관하게 누구나 할 수 있고,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나와 타인의 경험에 대한 깊고 세심한 관심입니다.
의뢰받은 요청을 기반으로 시안을 디자인하고 의뢰한 사람을 만족시키는 게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뢰를 받았을 때 "이게 이 사업에 어떤 의미가 있죠?"라고 물을 수 있어야 기획자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래 지속하는 좋은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브랜드는 사람입니다. 창업자의 취향으로 시작되고, 직원들의 신념이 모여 브랜드 철학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매거진 <B>는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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