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에서 나온 소재로 만든 에세이인데, 저는 우리나라에 왜 이런 책이 2024년에서야 처음 나왔나 싶더군요.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에다가 시골집이나 전원주택들도 이웃집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환경에서는 냄새나 닭울음소리 때문에 소규모 가정 양계가 쉽지 않아서겠죠.
닭은 인간이 길들인 가축 중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고, 가장 많이 도축되며 인류에게 가장 저렴하고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해주죠.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닭들은 대규모 양계장에서 상업적으로 길러지다보니 닭의 매력에 대해 알 기회가 너무 적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10마리 이하로 닭을 키워본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닭을 키우지만, 반려동물이 아닌 가축으로 키우고, 닭을 키우지만 닭을 잡고 손질해 본, 그리고 닭고기를 계속 먹는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바도 비슷했고, 제주 사계해변에서 바다를 본 청계 구루의 사진이 참 좋았습니다.
늠름하게 생겼고 멋있지만, 이웃 눈치때문에도 키울 수 없는 수탉이라는 존재, 사료보다 잔반을 더 좋아하는 닭들을 위해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챙겨오는 습관, 잔반->달걀+닭똥->퇴비의 생태 순환, '씨암탉을 잡아준다'는 표현에 담긴 마음의 무게, 어린 병아리들이 제발 다 암탉이길 비는 마음처럼요.
처음에 닭을 키우자고 했고, 닭장에 침입해서 병아리 십수 마리를 잡아먹은 누룩뱀마저 소중히 챙겨다 야산에 방사해주신 저자의 남편 '필'님이 책을 함께 쓰셨더라면 내용이 좀 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닭을 키우실 분들은 꼭 효영님의 '가정 양계 3원칙'을 먼저 확인하시고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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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란, 올림픽으로 치자면 철인 3종 경기처럼 모든 요소가 포함된 종목이었다. 알부터 시작하고, 부화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으며, 인간과 정서적 소통도 가능하고, 심지어 먹거리가 된다.
많은 이들에게 닭이란 후라이드치킨 아니면 냄새나고 아둔한 존재, 또는 징그럽거나 무서운 동물일 것이다. '닭'과 '아름답다'의 매칭은 낯설지만, 닭을 알고 나면 당신도 말할지 모른다. "닭의 온 생애가 아름답다"라고.
양계에 흥미가 생긴 사람들에게 일러둔다. 녀석(수탉)들을 두고 서늘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을. 그러니 다음 강령을 따를 것.
1. 병아리는 귀엽다. 그러니 반하지 말라.
2. 수탉은 멋있다. 그러니 반하지 말라.
3. 이름을 지어주지 말라. 특히 수탉에게는 절대!
나에게 독재자로 살 수 있는 하루가 생긴다면 딱 한 가지 법률을 제정할 테다. '일 가정 일 암탉 키우기' 많은 사람이 그럴 수 없다며 격렬한 저항을 하겠지만, 잠시만 암탉과 가까이서 살아 보면 곧 생각이 바뀔 걸 안다.
우리는 닭을 기르기 전이나 지금이나 고기를, 닭을 먹는다. 집닭은 두 번이 전부였고, 앞으로 흔히 있을 일도 아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 닭들이 생을 마감한다면, 녀석들의 남겨진 몸이 우리에게 영양분이 되는 것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닭의) 흙목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다.
흙목욕이란 닭이 흙바닥이나 모래에 몸을 부벼 흙먼지를 끼얹고 깃털 구석구석에 묻히는 행위를 말한다.
볏은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서 자라며, 볏이 큰 닭일수록 골밀도가 높고 알도 많이 낳는다. 자연히 닭의 세계에서는 크고 밝은 색 볏을 가진 닭이 인기가 좋다. 하지만 볏이 크면 추운 날씨에 얼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날 밤에 소주를, 난생 처음 세 잔이나 들이켰다. 하루에 300만 마리의 닭이 목숨을 잃는 세상에서, 닭 한 마리의 부재는 왜 이토록 큰 슬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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