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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김동신, 신연선] 하필 책이 좋아서(2024)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25. 3. 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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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SNS가 페이스북이겠거니 싶지만, 업계 종사자들이 실제로 하는 업무들과 책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작년 1월에 나와서 3개월마다 3쇄를 찍은 걸 보면 반응도 좋은 책이었던 것 같네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쇼핑앱에서 도서 카테고리를 맡아 오로지 판매지수 실적치만 쫓게 되는 직장생활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으면 안된다는 사례로 들기 적절해보였어요.
 
책 표지 디자인, 출판사 창업시기에 따른 출판사명 서체와 로고디자인의 변천 같은 이야기도 어디서 듣기 힘든 내용이었습니다.
 
1946년 미국 조지 메이시 출판사에서 출간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의 책등 디자인
 
나이가 대한민국의 중위연령입니다. 제 나이대의 사람들에겐 여전히 종이책이 익숙하고, 투입한 시간 대비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신뢰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2024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40대의 독서율은 47.9%로 30대에 비해 20%p가 폭락했을까요?
 
늦어진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40대는 육아로 바쁘고 직장에서도 제일 압박을 받을 시기인데다 OECD 최장의 통근시간을 감안하면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가 참 어려워보입니다. 게다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이제는 종이책을 보관하느라 필요한 공간의 기회비용도 높아졌고요.
 
다품종소량생산의 전형적인 사례인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워낙 오래되었지만, 이제 웹툰과 웹소설에 날 때부터 익숙한 세대들이 성인이 되어가고 있으니 종이책을 본다는 게 뜨게질같은 나이든 사람들의 취미 중 하나가 되면 지금 책을 만드는 분들 중 상당수가 다른 분야로 가시는건 아닐지. ㅠ.ㅠ
 
작은 도서관들이 동마다 한 개씩 운영되고 도서관에 사서들이 배치되서 독서모임이나 독서프로그램들이 생겨서 이런 추세를 반전시켰으면 싶은데, 아마도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도시에 사는 노인들이 도서관을 더 많이 찾는다면 생활형 SOC 중에서 도서관 정책이 좀 더 우선순위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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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쪽 (정세랑)
 
소설만 따져도 종이책은 한 해에 7천에서 만 종 정도 발간되는데 비해, 웹소설은 8만 종 정도 발간되며 작가 수가 40만 명을 넘어셨다고 한다. 웹툰의 경우도 10년 만에 열 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타 언어권 수출까지 고려하면 더한 도약을 했을 것이다.
시장의 규모도 성장세도 다를 때 두 업계를 하나로 묶어두면 정책을 제대로 적용시킬 수가 없다.
 
45쪽
 
출판사에서 일할 때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약속 없이 찾아와 자기 책을 내달라고 주장하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떠나지 않는 불안정한 분들이 있었고, 그렇게 받은 원고가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48쪽
 
한번은 책 한 권을 1년 동안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데 15만 운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아무리 전자책으로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해도 심히 적은 금액이 아닌지 당황스러웠다.
 
56쪽
 
2010년대에 채용 서류 담당자였던 적이 있는데 5년차 7년차 경력직도 1,800만 원, 2,000만 원을 받고 있다고 적어두셔서 기함을 했었다. 2020년에 출판계의 비공식 연봉 표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이제는 나아졌겠지, 하고 열어보았다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속이 더 상했다. 과거에는 초봉이 낮아도 인상률이 높은 편이라 그나마 상쇄가 되었는데 요즈음에는 큰 회사에서도 동결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대다수가 포괄임금제를 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61쪽
 
어떤 서점들은 오래된 책,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책, 재발견되어야 할 책들을 빛나는 자리에 두고 그럴 때 공간은 마치 한 사람의 내면세계 같아 재밌어진다. 목록과 배치의 차이가 그려내는 점묘화가 뚜렷한 개성을 자아내는 것이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경험은 서점에서 드물게 가능한 것 같다.
 
147쪽 (김동신)
 
그런데 이런(리커버나 특별판) 프로젝트가 있을 때면 내부 디자이너 대신 유명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에 디자인을 맡기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인하우스에서 생산되는 디자인은 보수적이라고 판단하고, 타성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감각이 필요할 때는 외부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것이다. 보수와 타성에의 압력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190쪽 (신연선)
 
일터에서 친절은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업무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일터에서 여러 번 자리를 바꾸어가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도 변함없이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것은, 그들과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긴장감,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 없이 수평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가 나의 긍지를 위해 삼았던 친절과 다정의 태도 덕분이라고 믿는다.
나는 동료들과 친절로 호감을 나누었고, 그 호감은 일을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 즉 책임감으로 돌아와 사회생활의 양분이 되었다. 실제로 그렇게 일할 때 일의 결과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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