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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화 : 쩍벌에겐 교정이 필요해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5. 5. 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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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205화 : 쩍벌에겐 교정이 필요해
어린이날 태어난 백색 레그혼(?) 육남매들 중 두 마리가 둘째 날에도 다리가 쩍 벌어진 상태로 도무지 걷지를 못하더군요. 병아리들을 보다보면 발레리나처럼 다리를 찢는 스트레칭을 수시로 하는 걸 봤던 터라 무심하게 넘길 뻔했는데 두 마리가 최대한의 쩍벌을 하고 있다보니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장애이지만 애완닭 커뮤니티에서 눈팅하며 쩍벌은 어릴 때 바로 교정해주면 고칠 수 있다고 배운지라 바로 치료를 들어갑니다. 제대로 걸을 수 있어야 닭장에서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으니까요.
발가락이 제대로 안펴지는 걸 막기 위해 택배박스 판지를 자르고 반창고로 고정해서 설피같은 신발을 신겨주고, 노란 고무줄을 세 번 포개서 발을 모아줬습니다. 그렇게 이틀의 교정기간을 가졌지요.

 

처음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운채로 버둥거리는 쩍벌 아리들이 안쓰럽고, 나머지 아리들이 쩍벌 아리들을 자꾸 올라타기도 해서 신경쓰였고, 굶주리지 않도록 아침저녁으로 손안에 넣고 물과 모이를 먹도록 수발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퇴근해서 고무줄과 신발을 제거해줬는데 겨우 이틀의 교정치료만으로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네요. 다른 남매들보다 균형을 잡는 감각이 떨어져서 좀 더 자주 비틀거리긴 하지만, 잘 걷고 물과 모이도 알아서 잘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합니다.
 
이렇게 닭 브리더로서의 경험이 하나 더 쌓이는군요.
 
 
저녁밥은 피코 데 가요에 삶은 병아리콩, 그리고 연휴 때 구웠던 돼지 앞다리살 슬라이스.
 
원래 아내는 약한 조류 공포증이 있었는데, 닭애호가 남편을 만나는 바람에 지난번 실버 레이스드 오핑턴 병아리들이 태어났을 때 저 대신 부화한 초생추들을 육추기로 옮겨줬었죠.
도저히 못 만지겠다고 기겁했다가 목장갑을 끼고서야 겨우 옮겼는데, 부화기에서 꺼내 육추기로 옮기는 순간에 눈이 마추쳤던 아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뒀다가 일러스트로 그려서 저한테 보내줬습니다.

 

참 따스한 그림이네요.
(206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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