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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홉스봄/이원기] 폭력의 시대(2008)

독서일기/서양사

by 태즈매니언 2014. 5. 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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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에릭 홉스봄의 책 중에 읽어본게 없어서 얇은 두께에 끌려서 집어들었는데 강연집이었다. 첨부터 이 책이 2008년도에 나왔다는 걸 알았더라면 안읽을지도... 


지금도 미국의 군사력은 압도적이지만 중산층의 목락과 근로빈곤층의 증가, 경제력의 상대적 쇠퇴는 서기 2세기 무렵의 로마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중장보병 위주의 군단들이 기동력을 갖춘 전원 기마부대로 몰려오던 게르만족이 노략질을 끝낸 폐허만 쫓게 되자 로마군도 기마별동대 위주로 군대를 운영한 것처럼 비용은 더 많이 들고, 병농일치의 자영농들이 몰락하면서 로마의 중세화가 시작되었던 것처럼 AK47과 휴대전화를 가진 200~300명의 무장결사단체를 소위  '비대칭적 위협'이라 부르며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는 상태가 계속 될 수는 없겠지. 


진정한 로마의 몰락은 212년 카리칼라 황제가 '안토니우스 칙령'을 선포하면서 로마 시민권의 매력이 사라진 시점이었던 것처럼, 미국 시민권이 매력없어지는 시점도 오겠지. 


68쪽


미국은 영국에 대항한 혁명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영국의 뿌리라고는 문화, 특히 언어뿐이었다. 그마저도 노아 웹스터는 영국과는 다른 철자법을 고집해 연속성을 단절하려고 했다. 


따라서 미국의 국가 정체성은 앵글로색슨계가 아닌 이민자가 대규모로 몰려들기 전에도 영국의 과거를 바탕으로 할 수 없었다. 대신 혁명 이념과 새로운 공화국 개념에서 정체성을 찾아내야 했다.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대물림받은 타자들'이 있다. 그 대상이란 주로 수세기 동안 싸워 온 기억을 가진 영원한 이웃 나라를 가리키며, 자신들은 그런 나라와 다르다고 규정한다. 반면 미국은 남북전쟁 외에는 어떤 전쟁에 의해 존재가 위협받지 않았기 때문에 관념적으로 규정된 적밖에 없다. 그 적이란 바로 세계의 어디에 있든 미국적인 삶의 방식을 거부하는 세력이다.


74쪽


과거의 대영제국이 미국이 세계 패권 확립에 모델이 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영국은 한계를 알았다. 특히 현재도 미래도 군사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영국은 중량급 국가로서 헤비급 세계챔피언 자리를 영원히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세계 정복자들의 직업병인 과대망상증에 걸리지 않았다. 영국은 역사상 어느 제국보다 더 넓은 영토를 점령하고 더 많은 사람을 통치했지만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러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오랫동안 해상 패권을 잡았던 영국해군은 세계 지배에 적합한 군대가 아니었다. 


124쪽


표준화된 서방 민주주의를 전파하려는 노력은 그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 외에도 다른 기본적인 모순에 봉착한다. 민주주의는 현 시대의 초국가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지금은 인간사의 점점 많은 부분들이 유권자의 영향력 밖에서 벌어진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초국가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선거구도 없다. 선거 민주주의는 '국가'같은 정치 단위 밖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강대국들이 서방식 민주주의를 전파하려고 하면서도, 자신들조차 민주주의가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순이 나타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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