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하라 겐야와 한 팀으로 같이 일하기도 했던 일본의 1965년생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는 2000년 도쿄 세타가야의 400평 규모 창고에서 오래 가는 좋은 디자인 물건들을 파는 <디앤디파트먼트>를 시작합니다. 일본 내 4개의 직영매장이 있고, 한국에도 서울 이태원과 제주에 가맹매장이 있지요.
물건의 가격은 좀 비싸서 요즘은 눈호강만 하고 올 때가 많지만 가벼운 식사도 제공하는 까페, 중고품과 신품을 같이 파는 구성이라 보는 재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이 책은 18세에 디자인 일을 시작해서 2000년에 35세의 나이로 디앤디파트먼트를 창업한 젊은 사장 나가오카 겐메이가 창업 직후부터 2005년까지 6년 동안 하루에 20분 이상씩 기록했던 일기들을 편집해서 만들었더군요.
그래서 자기 편집샵 매장을 갖게 된 디자인회사 오너의 경영 철학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젊은 시절이라 아집이 쎄다 싶은 부분들이 꽤 보입니다.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이 매우 높아서 이렇게 까다롭게 뽑을거면 그 직원에게 자신이 주어야할 업무의 질과 노동의 대가로 줄 급여의 수준이 꽤 높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장인정신이 남아있고 대량생산의 기법들도 퍼져나가기 시작한 일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1950~60년대의 '굿 디자인'을 계승하고자 하는 저자의 소신있는 모습을 좋아해서 보긴 했는데 글 중 절반 정도는 덜어내는게 좋았겠다 싶습니다.
(벌써 19년전에 나온 책을 지금 읽었으니 그럴만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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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쪽
원고를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평소에 생각하는 것, 그 생각의 강도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배낭을 짊어지고 있다.
거기에는 '약간 높은 위치'에 섰을 때,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들이 채워져 있어야 한다.
102쪽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그 일과 관련된 주변의 상황과 역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가는 태도'다. 자신이 서 있는 토대는 반드시 누군가의 심혈이 깃든 노고와 창조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 토대를 만든 사람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 토대 위에서 일할 수 없고, 자신도 그 토대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지 않으면 그곳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186쪽
시험 삼아 '자신'의 캐치카피를 만들어 보자.
그것이 회사에서의 자신의 평가다.
197쪽
소비자는 디자인 공부를 하지 않는다.
디자인나 건축가가 어떤 해석을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으면서 사회성이 있는 '이해하기 쉬운 이유'를 디자이너는 반드시 준비해 두어야 한다.
204쪽
나는 '맛있다'에는 최소한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요리' 그 자체, 또 하나는 맛이 있어 보이는 '장소', 마지막에는 맛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다.
218쪽
'나를 대신하여 맡긴다'는 부분에 관하여, 일을 맡은 사람은 확실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결과보다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가'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394쪽
디자인이나 디자이너도 결국은 '업계', '미디어'라는 '도시의 시스템'이 받쳐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전원에 가도 존재하는 '디자인'.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디자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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