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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 기록-윤태영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대통령 이야기(2014)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14. 6. 29.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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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교만함이 지나쳐서 였을까? 내 스스로 파악하는 성격이 참모형임을 알게 된 건 한참 전인데도 이 사람이 제시하는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나도 참여해서 한 몫을 하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그런 동지적 관계에서 함께 뭔가에 도전해서 설령 실패라고 하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그 결과를 경험한 사람들을 선망하며 부러워 했다.

한창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인 시기에 스스로 가슴 뛰는 일을 찾지 못한 자의 시샘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윤태영 비서관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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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대통령은 그렇게 관찰자를 가까운 곳에 두고 싶어 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기록자는 대통령의 생각을 그때그때 시의적절하게 다른 참모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두 번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이 기록으로 남았다. 대통령의 말이나 행동에 관해 사실관계를 놓고 갑론을박할 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관찰자가 있다는 것, 그것도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장차 글로 표현할 관찰자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절제하고 동여매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41쪽

"그러나 저는 정치인을 위한 변명으로 이 글을 씁니다. 그렇다고 정치인을 위하여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정치가 좀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글을 씁니다. 정치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먼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정치인의 처지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합니다. 주인이 알아주지 않는 머슴들은 결코 훌륭한 일꾼이 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59쪽

그는 디테일에 강했다. 잔소리도 제법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을 갖출 때까지였다.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잔소리는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철저히 믿고 맡겼다. '책임은 대통령인 내가 진다'는 무언의 응원이 항상 함께했다.


63쪽

"이렇게 걸어가는 도중에 중요한 판단을 요구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네. 판단을 그르칠 수밖에 없어. 부속실도 각별히 유념하도록 하게.


64쪽

청와대 인사 추천 시스템을 만들 당시 그는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의 역할을 구분했다. 인사수석실은 추천을 담당했고, 민정수석실은 검증을 담당했다. 인사는 포지티브였고, 민정은 네거티브였다. 견제와 균형의 체제를 갖춘 것이었다. 역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인사 추천 회의에서 후보자의 적합성을 놓고 이견이 있을 경우, 대통령은 그 반대 의견을 요약해서 함께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소수라 해도 부정적인 의견을 최종 판단에 참고하려는 것이었다.


65쪽

한마디를 듣고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 그는 반드시 되물었다.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사소한 문제라도 두세 가지 반문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려고 했다. 결국 부속실도 꼼꼼하게 내용을 파악해야 했다. 두세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열 가지 이상의 내용을 꿰뚫고 있어야 했다. 그것이 대통령이 일하는 방식이었다. 또 참모들에게 일을 시키는 방식이기도 했다.


71쪽

정치인 노무현에게 특이한 술버릇 두 가지가 있었다. 한 가지는, 수행비서와 술자리에 동석하는 것이었다. 해수부 장관 시절 수행했던 송인배 비서관의 증언이다.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비서를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업무의 효율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같이 들으면 굳이 기억해서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되었다.


128쪽

그는 스웨덴의 팔메 총리를 자주 이야기했다. 그는 경호원 없이 부인과 함께 영화를 본 후 귀가하던 중 괴한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 그렇게 소탈한 총리의 면모에도 강한 인상을 받았지만, 그가 더욱 주목한 대목은 그 사건 이후의 상황이었다. 당시 스웨덴은 총리의 갑작스런 유고에도 불구하고 계엄령 등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정 전반이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 결과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국가 운영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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