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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강신주의 다상담 1(2013)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15. 3. 2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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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을 가지고 한두시간씩 들어야하는 팟캐스트는 체질에 안맞는다. 내 속도대로 휙휙 넘겨가며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책이 역시 제 맛. 겁이 무척 많고 지겹게도 남 눈치를 보는 인간인지라 가끔씩 치료약이 필요한데 '무려 철학박사' 강신주씨의 책은 믿고 복용하는 좋은 알약이다. <색다른 상담소>도 책으로 있으면 참 좋으련만.

정신상태가 안좋을 때는 운동이 최고인데 화창한 봄이 와서 개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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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쪽

저 사람을 만났더니 내 자존감이 올라가지 않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거얘요.

42쪽

그래서 집안이 불행한 사람은 빨리 사랑에 빠져요. 집이 개판이면 너무 힘들잖아요. 우리는 상대적인 동물이고 차이의 존재라서 조금만 나으면 그쪽으로 가거든요. 집이 행복한 사람은, 그 이상으로 해 주는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안 움직여요. 그러니까 집이 행복한 건 좋은 조건이에요. 실패를 안하죠.

71쪽

사랑이 영원하다는 건, 꽃이 피었다는 거얘요. 그것은 질적인 비약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시간적인 지속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영원한 사랑이란 정확히 말해 너무나 강렬해서 영원히 온몸에 각인된 사랑을 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109쪽

우리의 몸이 세계에 연결되어 있고 사람 몸은 악기와 같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그 악기가 누가 어떻게 자신을 켰는지 기억하면서 기대를 하게 되는 것 등의 모든 것이 정신의 작용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그 악기가 사라지면 소리도 사라지고 모든 것들은 없어져요. 아무 의미도 없어요. 이렇게 생각을 하시면 여러분 몸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평상시에 스스로 줄에 뭐가 묻었으면 닦아 내야만 하는지, 왜 그걸 깨끗하게 해야 되는지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좋은 악기가 되어야 하니까요.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가급적이면 나 자신 때문에 불협화음이 나진 않게 해야겠죠.

134쪽

한마디로 정신노동은 일을 안 하는 거예요. 아니면 일을 하지 않으려고 만든 개념입니다. (중략) 전통사회가 그랬잖아요. 정신이 우월하다고요. 정신이 우월하다고 하면, 노는 놈이 우월하다는 거예요. 과거에도 노는 인간들은 항상 정신노동을 이야기해요. 몸을 긍정해야 한다고 한 건, 래디컬해지자는 거예요.

141쪽

장비를 갖추고 여행을 가서 고생을 하면 경험이 되지만, 그냥 길 가다 폭풍우 쏟아진다고 폭풍우를 경험했다고 할 수는 없는 거예요. 그냥 당한 거죠. 그건 경험이 아니에요. 아무 것도 못 배워요. 경험은 수동적인 게 아닙니다. 경험에서 배운다는 것은 진지하게 직면하는 거예요.

155쪽

만약 몸의 접촉과 관련이 없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아름다울 때 그 사람의 모습을 녹화해 두고 그 사람을 죽여 버리세요. 어차피 생전에 나를 떠나거나 죽어서 나를 떠날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보고 싶을 때 화면을 재생해서 보세요. 그러면 아마 정신적 사랑, 영원한 사랑, 절대적인 사랑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게 될 테니까요.

173쪽

그러니까 사실 인생에서 가장 성숙한 사람은 10대 때 그 모든 걸 다 겪은 사람이에요. 10대에 이혼까지 다 겪으면 거의 퍼펙트해요.

180쪽

고독이라는 건 자의식이 강한 상태입니다. 세계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거요. 자신에게 집중하는 거고, 긴장되어 있는 거예요. 이 세계를 풍경으로만 보는 겁니다.

187쪽

물론 자본은 우리의 낭만적 삶을 부정할 겁니다. 낭만적인 사람은 세상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자본의 입장에서는 하나씩 하나씩 몰입도를 줄이려고 할 거예요.

191쪽

고독에서 벗어나는 기술은 '고독의 상태니 여기서 건너뛰자'는 발버둥보다 일단은 '몰입도를 어떻게든 높여야 되는데 이 몰입의 방법이 나에게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해 보는 거예요.

197쪽

기본적으로 자꾸 예쁘다는 얘기를 들으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러니까 힘든 거예요. 남 눈치를 보는 걸 넘어서 남에게서 예쁘다는 소리를 들으려는 겁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일종의 고독 상태에 이르게 된 겁니다. 아무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바로 본인이 초래한 것 아닌가요? 지금 자신의 욕망에 따라 당당하게 세상에 몰입하는 것이 무서운 겁니다.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면 다 상처로 자기에게 다가온다고 생각하니까요.

207쪽

미래에 대해서 자꾸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하는 거는 여러분이 비겁하다는 얘기밖에 안돼요. 그리고 미래를 계속 공포스럽게 그리면 그릴수록 지금 내가 선택해야 될 걸 포기하려는 거예요. 그래서 오지도 않는 미래에 오만 것들을 투사한단 말이에요.

236쪽

인생의 목적을 길게 보지 마세요. '왜 사냐?'라는 오만한 질문을 하지 마세요. '오늘 좋았나?', '지금 이 시간이 좋은가?' 그것에 집중하세요. 항상 헷갈리면 지금 감각에 집중해야 해요.

238쪽

고독에는 병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고독은 자기에 대해서 몰입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고독은 타인에 대해서 몰입하지 않기로 작정했을 때 쓰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결국 타인을 사랑할 수 없으니 나만을 사랑하기로 작정하는 것이 고독의 숨겨진 메커니즘입니다. 제가 안타까운 건 고독한 모습이란 타인과의 관계를 접기 위해서 쓰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겁니다. 자기 혼자 관계를 맺으면 상처를 안 받잖아요. 타인은 자신에게 상처 줄 가능성이 많게 다가오는 거예요. 뜨겁단 말이에요. 촛불처럼. 어떡할래요? 그러니까 거기에 너무 많이 데면 나만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거예요. 그렇지만 타인은 절망의 원인이자 동시에 희망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불행의 원인이자 행복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계 때문에 고독해진 것이라면, 세계와의 관계를 통해서 고독이 해소될 수 있는 겁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우리는 넘어진 곳에서만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253쪽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제 그에게서만 얻을 수 있던 기쁨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으니까 말이지요. 이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슬픔을 억누르고 웃으면서 상대방을 송별하는 일일 겁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 주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이것이 이별을 고하는 상대방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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