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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찬,전종휘,임인택,임지선] 4천원 인생(2010)

독서일기/한국경제

by 태즈매니언 2014. 6. 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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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당시 한겨례21 최고의 기획기사였던 <노동OTL>시리즈가 책으로 묶어져 나왔는지 미처 몰랐었다. 지면의 제한상 잘라냈어야 했던 이야기들이 어떤 이야기들인지 궁금했었는데 이제 온전한 그들의 체험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지난 6. 26.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 2015년도 최저임금 시급은 올해보다 370원이 오른 5580원. 불안노동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간난신고에 대한 사회의 대답이 바로 370원이었다.

요새 진보언론쪽 상황이 많이 안좋은 것 같은데 이러다가는 이런 한 달 체험 기획기사를 실행하는 것도 불가능해지지 않을까? 파편화된 노동과 아마존 원클릭 및 배송대행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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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쪽

식당 아줌마는 '여성'노동자다. 권력관계로 보자면 '사장'아래다. 서비스업이란 업종 특성상 '손님' 밑에 자리한다. 가부장제 구조에서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지배를 받는다. 세 가지 영역에서 모두 식당 아줌마는 최하층이다. 식당의 일상에서는 이 '3중 구조'가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식당 아줌나는 늘 사장을, 손님을, 남성을 챙기고 돌봐야 한다.


102쪽

10m길이의 돼지고기 매대는 더 치열했다. 적어도 6개의 서로 다른 브랜드가 대동소이한 돼지고기를 팔았다. 지키는 사람 없이 포장된 돼지고기만 깔아놓은 일종의 '무인 매대'였지만, 각 업체는 이벤트 회사와 계약해 수시로 판촉요원을 투입했다. 일당 6만 원의 판촉요원 세 사람이 매일 동시다발로 일했다. "껍질이 살아 있는 오겹살, 세일합니다." 바로 곁에서 받아친다. "세일은 여깁니다. 냄새 없는 돼지고기로 오세요."
그것은 전투다. 그 싸움에서는 어떤 노동자도 이기지 못한다. 매일 지기만 한다. 마트는 석 달에 한 번씩 여러 돼지고기 업체들의 매출액을 정산한다. 꼴찌가 되면 물건을 빼야 한다. 대신 다른 돼지고기 업체가 제 상품을 진열할 것이다. 승리는 항상 마트의 차지다.


124쪽

다만 그 꿈에는 그늘이 있다. 그들이 일하는 대형마트가 동네 작은 가게들을 모두 망하게 했다. 경수가 가게에서 돈을 벌려면 마트가 망해야 한다. 마트가 망하면 경수는 가게 차릴 돈을 벌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 걷는다.


135쪽

가난은 상처 입은 피부다. 대단치 않은 자극과 접촉에도 쉽게 곪는다. 마트의 젊은 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보호막을 찾는다. 친구다. 마트에 새 일자리가 생기면 그들은 친구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고용보험이다.


226쪽

침묵의 노동은 일터의 행복, 연대감, 일을 통한 사회화를 일거에 잘라낸다. 몇 가지 이유가 보였다. 뜨내기 날품이 많은 탓이다. 처음 온 파견 노동자의 이름을 물어봤댔자, 그가 내일도 올지 알 수 없다. 게다가 가장 값싼 파견 노동자들은 안면을 익혔거나 친해진 동료가 떠나는 걸 두려워 한다. 더 좋은 일자리를 모른 채 자기만 정체돼 있다는 불안과 열패감이 있다. 실제 신입 파견 노동자가 많은 날은 공장 전체의 활력을 발견하게 된다. '동질감'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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