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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하시 다카아키/오시연 역]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2011)

독서일기/한국경제

by 태즈매니언 2014. 7. 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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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평론가가 썼는데 고등학교 정치경제 교과서 수준의 지식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내용은 대기업 육성책(이라고 쓰고 퍼주기라고 읽는다) 위주의 한국경제와 일본경제의 특징 및 이렇게 갈린 원인에 대한 분석인데 오히려 그 나라 안에서 사는 사람은 보기 힘든 '숲'의 모습을 보여준 괜찮은 책이었다. 


5천만이 안되는 작은 내수시장과 후발주자라는 불리한 위치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국내시장을 독점한 소수의 대기업에 대해서 독과점시장에서의 높은 이익, 적자재정을 통한 기업내 자금 유입, 고환율 정책, 낮은 법인세, 낮은 실질임금 등으로 몰빵해서 밀어주는 현재의 전략이 계속 유효할까? 과연 슘페터의 이론처럼 독점의 이익이 항상 창조적인 파괴를 불러올까? 또 하나의 GM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국내에서는 전혀 설비투자를 하지 않고, 오히려 있는 공장도 뜯어서 해외로 직접투자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피말리는 원가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는 건 이미 밝혀졌고. 


그런 면에서 천연자원과 사료용 곡물 외에는 외부로부터 거의 수입하는 일 없이 국가 내에서 부가가치의 생산이 이뤄지고, 글로벌 경쟁에서 소비재보다 가격 경쟁에 훨씬 덜 민감한 자본재를 주로 수출하는 일본이 부럽다. 물론 내가 일본의 내수시장에서 경쟁하는 하나의 기업인이라면 영 부담스럽겠지만. 


그런데도 아직 다수의 한국인들은 기존의 경제정책의 유효성을 지지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어떻게 될까? 이책의 저자는 185쪽에서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무역의존도가 일본보다 4배나 높고 일본처럼 거액의 대외 순자산을 축적한 상황이 아니다. 국내 시장 규모도 작다. 그렇게 때문에 정권은 대기업에게 경제성장의 견인 역할을 맡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이라는 레드 오션에서 중국 등의 기업과 경합해야 하는 한국 수출기업은 그 나라 국민에게 과실을 나누어줄 여유가 없다. 


그렇지만 글로벌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 외에 적절한 성장 전략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다."



엊그제 읽었던 장 지글러의 책과도 연관지어 생각할만한 부분이 많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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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1997년에 터졌던 아시아 통화위기와 그 후의 IMF의 관리에 의해 한국 경제는 '모델 전환'을 단행해야만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본식 '과당경쟁' 산업구조에서 미국형 '과점시장화'로 전환한 것이다. 


29쪽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형에서 미국형으로 경제모델을 강제 전환한 한국의 경제를 파악하면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53쪽


미국의 의료비가 높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위 '소송 사회 미국'이 요인이다. 의료과실에 관련된 소송 리스크가 너무 높아서 의사가  고액의 의료손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실제 의료서비스 품질과는 상관없는 이유로 의료비가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137쪽


과점화로 인해 한국의 대기업이 국민을 상대로 비싸게 제품을 판매하고 인건비 등을 억제하며 원화 약세를 이용해 글로벌시장에서 승자가 되면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거액의 배당금이 지급되는 구조인 것이다. (중략) 법인세 인하로 기업의 내부 유보금이 증가하면 확실히 투자를 확대하기도  쉽다. 하지만 그것도 기업이 국내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국내 설비투자는 감소하는 경향이며 대외 직접투자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157쪽


소비자가 구입하는 내구소비재가 아니라 자본재를 수출하는 것은 통화 강세 등에 대한 내구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그 나라 수출 구조를 강건하게 만든다. 자본재란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구입한 자본재에 결함이 있다면 기업 자신의 제품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그 때문에 자본재를 조달할 때 기업은 가격을 최우선시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본재는 가격보다 품질이 중시된다. 또한 자본재 비즈니스는 발주자와 제조자의 관계가 비교적 장기적이다. 


168쪽


일본 자본재 수입에 의존하지 말고 자국에서 자본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면 국내 고용과 소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 당면해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결코 여유 있는 처지가 아닌 것이다. 


170쪽


 글로벌 스탠더드 체제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어디서 생산되는 모두 똑같은 제품이 된다. 중국 기업이 일본 기업 대신 수주했다고 해서 부가가치 금액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본에서 중국으로 부가가치가 이동했을 뿐 '지구 전체' 수준에서 균형을 이룬다. 


175쪽


일본의 세계에서 가장 '소비자가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며 '기업이 소비자의 의향을 존중하는' 비율이 높은 나라이다. 부가가치의 원천인 아이디어, 또는 인간의 지혜를 짜낸다는 점에서 이렇게 축복받은 나라는 이 지구에서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품질을 보는 눈이 매서운 소비자들의 심판을 받는 지옥같은 경쟁 속에서 단련된 일본 기업들은 특히 자본재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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