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헐리히/김인혜 역]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 것(2008)

아직 몇 권 되지도 않지만 내가 읽었던 자전거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인문학적인 향기가 빼어난 책. 자전거의 역사에 대해서 이렇게 잘 설명해주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이미 절판되어서 중고로 사려고 해도 원래 책값의 두 배 이상 줘야하는 책. 좋은 책은 사람들이 그래도 다 알아본다.

목차는 이렇다.

서론 - 진행 중인 모험담, 사이클링
제1부 자전거의 선사시대
제2부 본세이커 시대
제3부 하이휠 시대
제4부 세이프티 시대
제5부 20세기
결론 - 미래의 사이클링

또 한마디 덧붙이자면 좋은 책은 처음 시작하는 문장이 범상치 않다. 

"넘어지지 않고 처음으로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던 그 때를 떠올려보라. 자전거 뒤를 꽉 붙잡고 걱정스럽게 뒤따르던 부모님이 손을 놓자마자 보조바퀴 없이 비틀거리며 나가갔던 바로 그 순간 말이다. 그것은 진정한 자유의 느낌, 뭔가를 소유했다는 자부심을 최초로 만끽한 유년시절의 가장 강렬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전거였다. 페달을 밟으면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또는 적어도 그럴것만 같았다. 또한 그것은 당신이 잊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몇 번이고 계속해서 떠올라 당신을 유혹하는 진정한 연애의 경험이다."

-----------------------------------------------------

167쪽

사람들은 벨로시페디스트들이 말을 놀라게 해 심각한 마차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라이더의 명성에 더욱 먹칠을 한 것은 널리 알려진 뺑소니 사고에 대한 보도였다. 많은 시민들은 공공의 안전을 명분으로 삼아 벨로시페드 라이딩을 규제할 것을 지역당국에 탄원했다. 

1867년 여름이 되자 많은 도시들은 규제정책으로 대응했다. 대표적인 법령이 프랑스 중부도시 돌(Dole)의 시장이 발령한 것이었다. 시장은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 "벨로시페드 사용이 더욱 일반화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여 벨로시페드가 공중산책로나 보도로 접근하는 것을 금한다." 시내 다른 곳에서도 "적정속도"를 초과해서는 안 되었고 마차, 말 보행자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았다. 마차운전자들처럼 밤에는 반드시 랜턴을 사용해야 했다. 

(<Publicateur de Dole et du Jura>, 1869. 8. 14. 기사)

213쪽

새로운 하이 휠 산업은 최초 페달식 자전거의 기술을 직접적인 토대로 하여 시작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초기 자전거타기 운동의 특징이자 원동력이었던 대중적인 실용정신을 저버렸다. 비록 파리의 자전거 선구자 대부분이 특권층이기디는 했으나, 그들도 매력 있는 이 소형 탈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말 역할을 해야 하며, 제임스 무어의 말처럼 언젠가 "우산처럼 각 가정에서 흔한 물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99쪽

사회지도층 가운데 일부 사람들은 자전거가 여성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뉴욕 서부에 사는 유명 목사 클리블랜드 콕스는 여성 라이더를 "빗자루를 탄 노파"에 비유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어느 사이클링 옹호자는 "주체적인 젊은 여성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즐기면서 건강과 행복을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매우 신선하다."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1891년, 어느 여성 라이더는 더 이상 "질서를 어지럽힌다느 비난"을 받지 않으며, 오히려 사람들이 "미소와 격려의 말"을 보낸다고 말했다. 

333쪽

가장 인상적이었던 자전거 업체는 당시 "미국 자전거 산업의 아버지"로 널리 인정받았던 포프의 회사였다. 포프의 하트퍼드사는 전자조립 라인 등 최점단 기술을 이용해 1분마다 자전거를 한 대씩 생산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진보적인 근로정책이었다. 모든 직원들에게 개인사물함과 세면대가 제공되었고 근무시간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개인용 거치대가 할당되었다. 근무시간 외에는 기계 관련 서적을 포함해 신간서적이 가득 쌓여 있는 대형 도서관과 열람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점심시간에는 시갇ㅇ에서 저렴한 가격에 커피와 수프가 제공되었다. 포프는 심지어 공장인근에 부지를 매입하여, "편의와 건강을 고려한 최신식" 주택을 수십 채 지어 직원들에게 원가로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