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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허스트/신사강 역] 시티라이더(2007)

독서일기/자전거

by 태즈매니언 2014. 7. 2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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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읽는 로버트 허스트의 책. 왕복 15킬로 남짓의 짧은 거리이지만 인구 백만의 고양시에서 자전거 출퇴근을 하는 나도 나름 시티 라이더이기에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었다.


'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내용들도 많았지만 연륜있는 고수의 현기가 어린 조언과 같은 '지혜'가 담긴 부분들이 역시 인상깊었다. 


도심 속에서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왜 자전거에서 매력을 느끼는지 정확하게 짚어주고, 그런 이들이 유의해야 할 점들을 친절하게 짚어준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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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쪽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은 <창발성>이라는 책에서 제인 제이콥스의 도시를 '창발적 체제'로 치켜세우면서 이를 개미탑에 비교한다. 개미의 계층구조에서 하부에 있는 개미들은 가각 코와 코를 무작위로 접촉시켜서 정보를 교환하고, 모르는 사이에 "미묘하고 즉흥적인 문제 해결에 관여하는" 정교한 집단을 형성한다. 인간의 몸 안에 있는 세포토, 도시의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하부에서 정보에 기여하며 성공적인 자기 조직시스템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짧은 것이든 사소한 일이든 일이 있을 때마다 차를 타고 나간다면 낯선 사람들끼리 대면하는 접촉은 극단적으로 줄어들기 마련이다. 도시 거주자들이 에워싸인 채, 그러니까 아파트를 나와서 차고로, 진입로로 그리고 다시 검은 유리창을 단 금속의 개인 공간 안에서 차고로 들어온다면 이런 행동들은 이웃과 도시에게 썰렁하게 보일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얼굴이 아닌, 금속과 유리를 만난다. 제이콥스가 맞다면, 미국의 도시는 자동차 문화로 인해 자기를 조직하는 연료에 굶주려 있다. 한 도시가 적절한 형태로 성공적으로 조직되지 않으면 아마도 도시는 뭔가 다른, 뭔가 좀 불쾌하게 조직될 수밖에 없다. 



64쪽


동시대의 도시를 혹평하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자동차 이전의 도시들에 대해서 낭만적으로 얘기하는데, 그 도시들이 얼마나 혼잡하고 푸른 말똥으로 범벅이 되었으면 거주민들이 앞을 다퉈 거기서 빠져나가려고 했겠는가. 


67쪽


열정적인 도시 라이더는 새로운 부류로서 선구자나 다름없다. 선구자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길을 보여 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고난과 불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갈등에 집착하기보다는 밖으로 나가서 자기 종족에게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이미 얼마나 쉬워졌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멀리 가지 않을 때는 "평상복"을 입도록 하라. 자전거의 우수성을 과시하도록 하라.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동요하지 말며, 정중하게 행동하라. 자전거는 스타일과 품위, 지성을 가지고 타도록 하라. 즐거움과 동시에 두려움을 갖고 타도록 하라.


93쪽


1975년 존 포레스터는 <효과적인 사이클링>이라는 책의 초판을 썼다. 그는 중대한 사고 통계를 길잡이로 이용해서, 무질서하지 않고 예측할 수 있으며 일정한 방식으로 자전거를 탈 것을 라이더들에게 간청했다. 그는 "라이더들은 차량 운전자처럼 행동하고 대우를 받을 때 자전거를 가장 잘 탈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차량으로서 자전거 타기 원리(Vehicular-Cycling Principle)라고 이름 지었다. 오늘날 차량으로서 자전거 타기 원리는 미국 자전거인연맹(LAW)의 지지를 받으며 교육되고 있다. 


114쪽


가시성을 확대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차도에서 연석과 주차 차량에서 충분히 떨어져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오른편에서 갑작스런 위험이 나타나도 소중한 공간이 확보되고, 어느 쪽에서 위험이 나타나도 기술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간은 시간이 되고, 시간은 충돌을 접근 정도로 끝나게 해준다. 


118쪽


차선 갈등은 종종 어느 정도까지는 피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해도 그것이 사이클링의 일반적인 특징인 것은 아니다. 솜씨 좋은 라이더는 자기보다 빠른 차량 앞에서 한 차선을 전부 징발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들은 좁은 공간에서도 만족하고 추월하는 차량에 대해서도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협을 좀체 느끼지 않는다. 솜씨 좋은 라이더는 심각할 정도로 교통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거의 없고, 밀려나는 일도 거의 없으며, 습관적으로 차선을 차지하는 라이더들은 꿈도 못꾸는 정체된 차량 속에서도 힘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132쪽


자동차 시대의 여명이 트기 전에, 대도시 교차로 인근의 차량혼잡으로 인해 여러 신호등과 표지, 교통순경 등이 생기게 되었다. 미국에서도 자동차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이런 조치는 분명하고도 급박했다. 20세기 초 수십년 동안 많은 다른 교통신호가 특허를 얻었다.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은 다양한 신호들을 일관된 한 체계로 연관시키는 방법에 대해 골몰했다. 윌리엄 포츠는 1920년 디트로이트에 철도 신호체계를 교통신호의 자동연계에 적용시켰다. 몇 년 후 뉴욕시는 처음으로 자동화된 교통 통제시스템을 시행했다.


137쪽


제일 앞으로 끼어들기에도 의무는 따른다. 먼저 도착해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을 지나서 앞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파란불로 바뀌면 바로 뒤따르는 차량들이 추월할 수 있도록, 다시 교통이 원활해지도록 양보해주는 것이 라이더의 도덕이다. 추월할만한 공간이 없다면 처음부터 차량의 뒤에 머물러 있었어야 한다. 


147쪽


라이더는 상시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당신이 주행 때마다 상호작용하는 수천 개의 작은 경험으로부터 배우려고 한다. 그 암호를 풀어보도록 하라. 도시는 교통법규보다 더 강력하고 흥미로운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들 법칙은 신비하지만, 그렇다고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라이더는 대다수 사람들은 어떻게 성취하는지 이해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관찰력과 지식을 굴려 올리는 이들이다. 사람들은 이를 본능이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활동적인 지식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눈을 크게 떠라.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라. 그 방향과 소리, 그 가능성을 생각하라. 모르는 것에서 아는 것을 정리하라. 당신의 실수와 다른 사람의 실수로부터 배워라. 살펴보는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위치와 자세를 조정한 다음에 부드럽게, 눈에 띄지 않게 그 일부가 되라. 당신은 페달이 되고, 그 때에 비로소 교통 혼란의 한 촉수에 시달릴 때에도 모두 웃어넘길 수 있다. 


루트 반복도 환경과 참선으로 하나가 될 때 크나큰 도움을 준다. 좋은 루트들을 많이 찾아서 그만의 색다른 점을 눈에 익혀라. 


159쪽


정체 시에 흔한 상황에서 차 뒤에서 초조하게 따라갈 때는 차의 뒤꽁무니만 짜증스럽게 쳐다보지 말고, 범퍼에서 멀찍히 떨어져서 사이사이를 보거나 차량 주위를 살피면서 앞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라. 베스트 라이더들은 운전자들보다 먼저 빨간 불이나 장애물을 발견하고, 운전자들의 있음직한 반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브레이크 레버에서 손가락을 떼지 마라. 라이더가 차량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음직한 모든 움직임을 생각하고 있는 한, 운전자가 그 라이더를 보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162쪽


직진 주행을 하면 자전거에 필요한 공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이용할 수 있는 노면은 많아진다. 이 기술은 좋은 점만 있다. 라이더 자신은 물론, 라이더의 머신 다루는 솜씨를 보고 평가하는 다른 도로 이용자들에게도 믿음이 생긴다. 모든 것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이다. 비틀비틀 버둥버둥 타는 자전거는 역효과를 낸다. 뒤따라가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데 노심초사하고 교통 흐름도 망가진다. 


179쪽


운전자든 보행자든 라이더든 다른 이들의 실수나 오판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과 그들 사이에 물리적 공간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 자전거 도로는 피해갈 수 있는 공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181쪽


미국의 대도시의 일반적인 보도 법규는 중심상업지역(Central Business District:CBD)내의 보도에서 자전거 주행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많은 지자체의 조례들이 12~13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CBD밖의 보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허용하고, 또한 많은 도시들이 CBD 밖의 보도 주행을 성인들에게 허용하고 있지만 보도라는 것은 너비가 보통 1.5미터 1.6 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라이더는 항상 보행자에게 우선적으로 양보해야 한다. 


일반적인 법률이 그렇지만 눈에 띄는 예외도 있다. 시애틀은 자전거에 호의적인 법규를 가지고 있다. "보도와 공공 통로에서 자전거를 운전하는 모든 사람은 주의와 신중한 방법으로 운전해야 하고, 운전 시점의 상황에 적절하고 합당한 속도 이상으로 주행해서는 안 된다. 보행자의 수와 특징, 보도와 공공통로의 등급과 너비 그리고 노면의 상태를 고려하면서 모든 교통 통제 장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포틀랜드에서는 "인접 지역의 교통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상업지역의 보도로 올라갈 수 있다." 매디슨에서는 "건물이 보도와 접한 곳은 제외하고 보도의 자전거 주행은 허용된다."


200쪽


통계가 확실히 말해주는 것은 경험의 값어치다. 라이더가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마일당 또는 시간당 사고는 그만큼 줄어든다. 그 결과는 획기적이다. 라이더 경험이 10년이면 그 사고율은 80퍼센트까지 줄어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험이 많은 라이더가 사고 총수도 적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주행 마일당 또는 시간당 사고가 초보자들보다 훨신 적고, 자전거를 훨씬 더 많이 타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이다. 결국 초보들이나 고수들이나 매년 발생하는 심각한 부상의 수는 비슷하다. 


216쪽


헬멧 모델은 머리모형에 씌우고 이를 각종 물체에 떨어뜨려서 시험을 한다. 이 머리모형이 가속도계라는 기기로 측정해서 점진적으로 속도가 줄어들면 합격이다. CPSC 스티커는 그 헬멧이 시속 약18km의 충격으로 자갈이나 연석 등 뾰족한 표면에, 또는 시속 23km에 평평한 표면에 부딪혀도 머리가 보호된다는 검증의 표시를 의미한다. 


이 검사기준은 분명 어지간한 라이더가 평소 슈퍼마켓에 갈 때에도 넘어가는 속도다. 


자전거 헬멧 제조사들은 시장의 한계 내에서 한 가지 주목할만한 일을 하고 있다. 안전과 소비자 요구의 긴장 사이에서 사고 시에 머리 충격의 감속률을 점차 줄이는, 충격의 무시무시한 힘으로부터 보호가 그만큼 덜 되는 자전거 헬멧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딪히면 깨지게 되어 있는, 현대의 자전거 헬멧은 폴리스티렌 폼에 말 그대로 종이처럼 얇은 비닐을 바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단단하게 보인다는 것은 허상일 뿐이다. 


225쪽


1890년 뉴요커들은 말들의 무서운 배설물과 싸워야 했다. 매년 이 도시의 도로에는 1만 갤런의 오줌과 250만 파운드의 두엄이 쌓였는데, 이것들은 건조한 먼지 구름이나, 날씨에 따라서는 푸른 진흙이 되기도 했다. 도로에 줄지어 선 건물 외벽은 분비물 웅덩이에서 튀긴 오물투성이었다. 마차를 끄는 말들은 너무 혹사당해서 뉴욕에서만 매년 1만 5천두가 도로에서 횡사했다. 


275쪽


자출족 사이에 메신저 가방이 인기가 높은 것은 다른 것보다 패션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메신저 가방은 어깨에 두르는 끈이 있어서 가방을 벗지 않고 짐을 꺼내거나 넣을 수 있다. 이런 구조적인 특징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다만, 짐이 가득 든 가방은 안장에서 일어서기만 하면 불편하게시리 앞으로 돌아온다. 꺼내야 할 짐이 많으면 모를까, 메신저 가방은 아마도 좋은 선택이 아니다. 많은 수송특사들이 전통적인, 끈이 하나 달린 가방을 주머니가 많은 메신저 배낭으로 바꾸고 있는 추세에 있다. 


281쪽


자전거를 타고 행복해지는 것은 자전거 때문이 아니다. 사이클링은 고도의 정신적 육체적 활동이 필요한 운동이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사람은 바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끊임없이 노면을 살피며, 구멍과 모래, 크랙, 운전자들이 잘 보지 않는 물체에 조심해야 한다. 또한 차량과 타협하는 일은 공을 주고 받는 게임이나 다름없다. 둘러싸여 있는 운전자와 다르게, 라이더는 드러나 있다. 무거운 기계류에 완전히 드러나 있기 때문에, 하늘에 툭 터져 있기 때문에, 어떤 날씨든 느낄 수가 있다. 이 드러남은 두려움과 어려움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기쁨의 원천이다. 그로 인해서 자전거의 주행이 다채롭고 강렬한 경험이 되는 것이다. 일상의 주행마저 추억이 된다. 여행이 길어지더라도 자전거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다. 여행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나의 친구들, 그것이 오롯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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