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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대한민국은 왜 헛발질만 하는가?(2014)

독서일기/한국경제

by 태즈매니언 2014. 8. 2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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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경력 32년째인 CBS 변상욱 대기자의 책. 그 연배에 언론인들 스스로가 기득권층의 지배와 군림에 침묵했던 후안무치함을 인정하는 결기가 인상깊었다. 모든 행동은 이런 자신과 자신이 놓인 사회구조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아래 인용한 발췌글 중에서 특히 293페이지와 295페이지의 글이 인상깊었다. 굳이 기자직이 아닌 연구직에 대입해도 맞는 말인듯 싶어서.

부수적으로,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역사적 사실도 하나 알게 되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의 우루과이 대 브라질의 경기결과 왜 '마라카낭의 비극'이라고 하여 10만명이 경기장에서 통곡하고, 수십명이 권총자살을 했을 정도였나 했더니 우루과이가 브라질의 한 지방에서 분리독립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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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쪽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본질은 아이를 낳지 않아서가 아니라 키울 사람들은 낳지 않고 키울 수 없고 책임 못 질 사람들이 계속 낳는 게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입양아 생모의 90퍼센트는 미혼모인 것이 이를 반증한다. 
미혼모 문제의 해결은 교육, 청년고용, 부의 양극화 해소, 보편복지의 학대와 맞물려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최저가 아니라 자신들의 아이를 책임지는 사회의 육아책임비율이 최저인 것이다. 

71쪽

담임 목사만 우대해 원로 목사제를 두고 은퇴 후에 퇴직금, 승용차, 주택까지 지원하지만 전도사는 어느 때고 고용과 해고가 가능한 비정규 계약직으로 불안한 신분에 묶어두고 있다. 담임 목사에게 쓰이는 일부를 떼어 부교역자들의 안정된 자립을 넉넉히 지원할 수도 있건만 저임금 보조역할로 떠밀어 놓는 것도 자본주의 속에서의 고용차별 체제와 흡사하다. 

103쪽

미국의 <포천>지가 미국의 권력자 서열울 꼽았는데 거기서 2위는 전미퇴직자협회의 사무총장이다. 직장을 그만둔 나이 50세 이상의 고령자가 가입하는 미국퇴직자협회는 회원 수가 거의 4천만 명에 이른다. 
미국최대의 이익단체이다. 별명이 '회색거인'이다. 미국의 정치인들 누구도 퇴직자협회를 무시하지 못한다. 
(중략)
미국에서는 나이가 얼마 이상 되었으니 직장에서 나가라는 정년퇴직 규정은 법에 어긋난다. 일부 직종에만 정년퇴직이 허용된다. 공식적인 정년퇴직이 없으니 직장인 평균퇴직연령이 65.8세이다. 
(중략)
누가 노인들의 정년을 없애버렸을까? 바로 미국퇴직자협회이다. 퇴직자협회는 1978년 <고용에 있어서 연령차별금지법>을 뜯어고쳐 '살아있는 한 정년은 없다'로 바꿔 버렸다.

106쪽

그런데 왜 미국정치인들은 불타는 청춘들에게 집중하지 않고 냉정한 노인들에게 집중했을까? 
다시 강조하지만 그것은 바로 투표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외친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면 포기하고 중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불신과 자괴감, 냉소주의가 빨리 번진다. 젊으니까 기회가 많아서일까? 그러나 노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끈질기게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한다. 그렇게 '은발의 거인'이 된다. 

110쪽

인간이 드러내는 욕망 중에 정복이 있고 독점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다.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가지면 멈춰야 하고, 늙으면 일을 접고 물러나 쉬어야 한다. 권력과 재산이 자기 대에서 끝난다면 그리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권력과 재산을 대대로 물려줄 것으로 여긴다면 욕망은 쉬거나 멈춰야 할 한계선이 사라진다. 사회가 세습의 욕망을 누르고 접게 만들어야 욕망도 멈추고 사회가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그 욕망의 뿌리를 뽑거나 잘라줘야 할 책임은 우선 정부에게 있다. 법과 제대로 세습을 강하게 통제해야 사회에서 얻은 부가 사회로 환원될 것이다.

122~123쪽

미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학자금 대출. 학자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기본 배경이다. 경기침체로 세금이 덜 걷히니 주정부가 장학금과 보조를 줄이며 긴축에 들어갔고 가정마다 벌이가 시원찮은데 학비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집값도 떨어져 담보대출도 힘들어졌다. 대략 추산하건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사람은 부부가 열심히 벌어 세금을 떼고 뭐 떼고 해서 남은 순소득의 3분의 1을 학자금 대출 상환에 바쳐야 한다. 또한 학자금 채무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주택보유율이 36% 낮다. 학자금 대출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내집 마련도 힘들고 주택모기지 심사할 때 학자금 채무기록을 보면서 상환실적이 시워낞으면 집 살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188쪽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병역기피의 시작은 국군의 전신은 조선국방경비대의 초대 사령관이자 이승만 정권의 막후 실력자인 원용덕의 아들에서 시작된다. 아들이 육사를 마치고 그 동기생 150명 전원이 전선에 투입될 때 자기 아들만 헌병 병과로 빼돌려 후방에 배치해 온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사건.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의 아들이 인민지원군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해 북한 땅에 묻혀 있고, 유엔군 벤플리트 사령관의 아들도 한국전선에서 실종된 걸 생각하면 창피한 일이다. 

199쪽

브라길과 아르헨티나는 1825년부터 3년간 전쟁도 치렀다. 브라질의 시스플라티나 지방이 자치를 요구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지원을 받아 브라질에 전쟁을 일으켜 결국 우루과이라는 독립국이 되었다. 

247쪽

류큐, 오키나와의 새 주인이 된 미국은 주민들에게 자치권을 부여하고 '오키나와'라는 일본 용어 대신에 원래의 '류쿠'를 쓰도록 했다. 일본 왕의 연호 사용도 금지했다. 그러다 1962년 사모아가 미국령에서 독립하고, 1970년 피지와 통가도 독립국이 되는 등 태평양 섬나라 사이에 독립의 열풍이 불었다. 류큐인들은 당연히 독립국이 될 줄 알고 1970년 '류큐독립당'까지 만들고 공화국을 세울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1972년 5월, 미국은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쟁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었던 때여서 미국이 오키나와에 건설한 사회간접자본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해 일본으로부터 3억 2천만 달러를 받아냈다.

일본의 속국이 되고 총알받이가 된 다음 미국에 팔아넘겨졌다가 다시 배신당하며 일본에 넘겨진 것이 오키나와 류큐인의 역사이다. 중국이 이런 아픈 곳, 빈틈을 노려 오키나와 독립을 부추기지만 오키나와 주민 중 독립을 주장하는 여론은 20퍼센트 정도이다. 

250쪽

일본은 전쟁에서 진 뒤 사회를 재건하면서 재일동포를 잠재적 불순분자로 여겼다. 좌파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있고, 일본에 대한 반감도 크고, 다들 가난해서 사회적 비용만 들어가고 국가적으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전쟁으로 젊은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해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궁리한 것이 재일동포를 대거 북한으로 들여오는 방책이었다. 더구나 재일동포와 함께 재일동포의 자금 및 전문기술들도 유입되니 수지가 맞는 장사였다. 

일본은 내쫓고 싶고 북한은 데려오고 싶어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자 북송사업은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다. 북한은 1959년부터 일본의 재일동포들을 북한으로 데려가는 이른바 북송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으로 1984년까지 8~9만 명의 재일동포가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건너갔다. 지금도 일본은 북송 재일동포와 그 일본인 배우자 문제는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졸렬한 암거래가 있었으니 그렇다. 

269쪽

왜 텔레비전 방송에서 시사토크를 많이 내보내는가는 예나 지금이나 이유가 같다. 제작 단가가 싸다. 몇 명 앉혀 놓고 작가가 대략적인 원고를 써주면 진행외 되니까. 또 시사보도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학력이 높고 학력이 높으니 소득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그들의 구매력 때문에 기업광고 유치가 쉽다. 그런데 여기서 수준을 살짝 낮춰 B급으로 가면 오락성까지 더해져 수익과 재미를 챙기기 유리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종 정파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수이고가 재미 두 마리 토끼 외에 '권력에 줄대기'라는 세 번째 토끼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275쪽

서울 여의도나 광화문 등지에서 열리는 정보 담당자들의 계모임이 찌라시의 근원지이다. 기업체의 홍보/대외협력팀 담당자, 기획조정부서의 정보분석 담당자, 사정기관이나 정보기관의 전현직요원, 주간지 기자, 금융사 정보분석 담당자, 정치인들의 보좌관 등이 참여하는 계모임이 10여 개 이상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모아온 정보를 꺼내서 공개하고 평가해 보고용 문서를 만든다. 그 자리에서 함께 또는 모임 후 개별적으로 만들어 상부나 상관에 보고한다.
이 보고내용은 관련기관이나 기업 내에서 돌려보다 사설 정보지를 운영하는 업자나 업체에 흘러 들어간다. 업자들이 다시 정리해 상품화된 것이 우리가 찌라시라고 일컫는 종합정보지이다. 격주로 발행되는 것이 보통인데 한 달에 구독료는 30만~50만 원 수준이다. 

293쪽

공격과 수비에서 공격자는 비용과 인력의 소모가 많아 불리하다. 반면에 공격자는 3가지 차원에서 유리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 3가지를 공격자가 결정할 수 있다. 정치권력과 저널리즘의 쟁투에서 권력이 공격권을 쥐면 공격자의 부담인 비용과 인력소모는 문제되지 않는다. 국가 사업예산이 있고 정보비가 있고 검찰과 경찰이 있고 국정원도 있다. 정보의 수지보가 분석, 사찰과 감찰, 필요인력의 동원과 비용지원... 공격자가 갖는 불리는 쉽게 커버되고 반면 공격자가 갖는 이점은 극대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은 궁지에 몰렸을 때,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 등 이슈를 터뜨리는 '시기'와, 정부의 어느 기관을 이요할 것인가의 '장소', 어떤채널에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흘릴 건지 '방식'을 저울질하며 언론을 공략한다. 
여기에 맞서려면 언론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약점을 찾고 공격루트를 열어야 한다. 획일적인 취재와 받아쓰기에서 벗어나 권력의 힘과 감시를 분산시키되 약점이 발견되고 방어벽이 허물어진 곳은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295쪽

저널리즘과 이를 수행하는 조직의 목표가 자기 이익과 권력의 수구가 될 때 저널리스트의 용기는 움츠러들고 차으이력도 열정도 위축되고 만다. 그 상황에서 쓰인 기사는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기사, 그 이상이 되지 못한다. 내용은 진실에서 멀고, 깊이는 적당히 파다 말고, 방향은 고민 없이 대충 잡아나간 기사이니 당연한 귀결이다. 그 다음 문제는 그런 기사를 쓰다보면 훌륭한 기사에 대한 욕구, 훌륭한 기사를 위한 끈질긴 취재, 즉 기자의 야성이 소멸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보도자료를 맵시 있게 요약하고 브리핑을 간추리는 것에서 끝나고 있는지는 누구보다 기자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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