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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경제적 청춘(2017)

독서일기/한국경제

by 태즈매니언 2017. 7. 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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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박사님께서 강력하게 추천해주신 책이라 읽게 되었습니다.(아직 <인구와 투자의 미래>도 못 읽은 ㅠ.ㅠ) 이 분의 전작인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도 샀는데 이 책을 먼저 보게 되네요.

 

저자가 새벽 두 시에도 세종시의 등대인양 정부 세종청사에서 가장 환하게 불이 켜져있는 기획재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이라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옆에서 지켜본 중앙부처의 공무원들은 대부분 매우 바쁩니다. 특히 과장급 이상이 되면 자기 분야의 나랏일을 직접 챙기는 담당이 되기 때문에 권한만큼 책임감도 막중해지죠. 그래서인지 이 분들은 차분히 책을 읽으며 지식을 재충전할 시간이 부족해보였습니다. 옆에서 안타까워 보일 정도로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업무강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기재부 고위직이 이런 경제 교양서를 벌써 네 권이나 펴내셨다니 도대체 잠은 언제 주무시는지 기가 질리네요. 언제라도 차관급이 될 수 있는 고위공무원단 소속인 분의 정무적인 판단이라면 책 쓰는 건 별로 수지 맞는 일은 아닌데 말이죠.

 

이 책은 불안감에 지친 청년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를 기원하며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네며, 그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세계에 대해 경제학적인 전망에 그치지 않고 자녀 세대를 생각하듯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장의 부제가 저자가 흠모하는 베토벤의 교향곡입니다. 전 클래식 문외한이긴 하지만 단골 손님을 위한 빠의 선곡처럼 은근한 배려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처음 이 책을 집어들 때는 제1장 '청춘의 경제학'의 내용들로 이 책 전체가 채워졌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침 며칠 전에 읽었던 폴 오이어의 <짝찾기 경제학> 이야기도 서두에 나오길래 아르바이트, 진학, 전공선택, 연애, 취업, 자산관리 등 청년들이 생애주기 상 경험하는 경제적 선택에 대한 경제이론 설명과 조언으로 짜여졌을 줄 알았는데 경제 전반과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을 넓혀주는 내용들을 두루두루 서술한 책이었습니다.

 

로버트 먼델이 말한 '최적통화지역 이론'을 통해 각기 상이한 나라들이 공동의 통화를 사용하기 위한 조건을 설명하는 부분을 읽고서 왜 EU의 경제적 통합실험이 지금처럼 삐걱거리게 되었는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참여정부가 2003년 부안에 방폐장을 설치하려고 했을 때는 극렬한 반대로 인해 실패했는데, 왜 2005년에는 경주시민들이 90% 이상의 찬성으로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었는지, 사례를 통해 인센티브 설계의 중요성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책이 이야기를 건네는 대상인 청춘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대학생 또는 대졸자로 한정되어있지 않나 싶어 아쉬웠습니다. 이런 책을 구매할 비용은 물론이고,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읽을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청년 빈곤층(한겨레 안수찬 기자의 노동OTL 연재에 등장하는 근로 청년들의 사례를 떠올리시면 됩니다.)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으로 와닿는 부분을 못 느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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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쪽

 

(로버트) 루카스는 늘 연구에만 매진했고, 가정에는 무관심했다. 그래서 전처는 "당신같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언젠가 꼭 노벨상을 받을 테니 나중에 그 상금을 위자료로 달라."고 제안했다. 이혼서류에 1996년 이전에 노벨상을 받을 경우 그 상금의 일부를 위자료로 지급한다는 구체적인 조항까지 삽입했다. 그는 합리적 기대 가설을 만들었지만 앞날을 합리적으로 내다보지 못했고, 오히려 전처가 미래를 예상하고 나름대로 합리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딱 1년 차이로 말이다.

 

306쪽

 

방폐장이 들어와서 일자리가 생겼을 것이라고 애석해하는 부안 주민들은 왜 반대의 목소리를 더 높였을까? 누군가는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면 중앙 정부의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단 반대를 한 것이라고 한다. 부안이 단독 유치 대상이었을 때 주민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반면에 경쟁적인 시스템 하에서 경주와 군산 지역 주민들은 진실을 토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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