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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툴 가완디/김미화 역]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2003)

독서일기/의학

by 태즈매니언 2015. 2. 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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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불확실성>이다. 


뭔가 내부고발자의 수기같은 느낌을 주는 번역판 제목과 달리 이 책은 환자로서 병원을 찾게 되는 대중들에게 의사를 기르는 시스템과 병원의 실제업무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미국의 의료라고 하면 <식코>식으로 의료시스템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데 이런 책을 읽어보지 않고서 남의 나라 의료시스템에 대해 함부로 말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의사가 완벽한 존재도 아니고, 다양한 이들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치료과정에서 불거지는 어려움, 기술발전으로 인한 치료법의 개선사례 등이 흥미롭다. 협업으로 따지면 항공회사, 타인의 삶을 좌우할 결정을 결국은 홀로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변호사업계에도 고스란히 통용될 것처럼 보이는 내용들도 많더라.


이 책을 읽고서 읽기 전보다 현대의학을 보다 신뢰하게 되었다. 조금 고루해보이지만 엄격한 위계와 도제식 지식전수를 강조하는 보수적 교육에 대한 시각 변화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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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쪽

레지던트가 혼자 집도를 한다면 그 대상은 환자들 중에서 가장 힘없는 이들일 경우가 많다.

이는 의사 수련에서 참 난감한 진상이다. 법원 판결은 말할 것도 없고 전통윤리나 공공도덕의 측면에서도 최상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권리는 의사의 수련이라는 목적보다 분명 상위에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실습대상이 되는 것은 싫어하면서 숙련된 의사을 원한다. 하지만 만일 미래를 위해 누군가를 훈련시키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모두의 몫이다. 결국 학습은 소독방포 아래서, 마취 하에서, 때로는 암묵적으로 비밀리에 이루어진다. 이 딜레마는 비단 수련 중인 레지던트나 전임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학습과정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82쪽

의사들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비록 환자들에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의사들끼리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다. <Morbidity and Mortality Conference> 또는 간단히 "M&M컨퍼런스"라고 하는 것으로 미국의 거의 모든 수련병원에서 대개 매주 한 번씩 열린다. 이 제도가 존속될 수 있는 것은 빈번한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증거개시(legal discovery)요구로부터 회의록을 보호하는 법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외부인 방청을 금하고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 회의에서 그들은 자신의 책임 아래 발생한 과실과 불의의 사고 및 사망 사례를 검토 비평하고, 책임소재를 가리고, 다음을 위해 개선책을 모색한다.


89쪽

과실을 범하는 것은 매도되어야 마땅한 일은 아니지만 다소간의 수치심은 따른다. 사실 M&M 정신은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매우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강력히 지지하지만, M&M 컨퍼런스의 존재 자체, 그것이 매주 스케쥴표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는 과실이 의학의 불가피한 일부분임을 인정하는 증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96쪽

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불충분하다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심각한 기기고장이나 기능불량을 직접 경험해볼 기회가 거의 없는 조종사들에게 매년 의무적으로 위기상황 시뮬레이션훈련을 받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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