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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툴 가완디/곽미경 역]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2007)

독서일기/의학

by 태즈매니언 2015. 9. 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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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A Surgeon's notes on performance better>. 아툴 가완디가 쓴 네 권의 책 중에서 두 번째로 쓴 책인데 난 이 책을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다. 굳이 의사나 의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자신의 업역에서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책. 아툴 가완디가 다음에 쓴 책인 <The Checklist Menifesto>를 쓰게 된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위험과 책임이 따르는 그 어떤 시도든 간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첨단의학보다 위대한 발견을 하는 데 밑바탕이 되는 것은 성실한 자세라고 강조한다. 실수를 줄이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세한 것까지 충분히 배려하는 자세. 이는 의료행위의 중심일 뿐아니라 사상을 초월할 만큼 힘든 일임을 보여준다. 위대한 성취는 원대한 꿈과 세세한 주의를 기울이는 근면성의 합작품이다.

 

둘째, 의학은 인간의 일이기에 숙명적으로 탐욕과 오만, 불안과 오해 같은 인간적인 약점에 의해 얼룩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자고 한다. 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절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새로운 사고는 뛰어난 지능이 아니라 '새롭게 다시 생각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이다. 실패를 인정하고, 결점을 감추는 데 급급하지 않으며, 변화하려는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툴 가완디는 새로운 사고는 실패를 찬찬히, 심지어 극단적으로 반추하여 새로운 해답을 찾으려는 지속적인 노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앞으로 변호사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아래 인용한 백신 피해자 구제 프로그램처럼 대안적인 분쟁해결절차가 정교하게 고안되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잘 설계하는 부분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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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우리는 늘 손쉬운 해법만을 바란다. 일거에 문제를 해결해버릴 간단한 변화 말이다. 그러나 인생에 그런 요행은 거의 없다. 오히려 성공은 백 걸음을 가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똑바로 나아갈 때,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모두가 힘을 모을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의료행위라고 하면 고득하면서 지적인 소임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의료란 까다로운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는 모두가 손을 씻는 것을 확실히 실천하는 것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하다.

 

128쪽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소송은 독자적으로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서로를 향한 적의도 차마 못할 짓이다.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의료사고를 당한 미국인 가정의 98%는 소송을 하지 않는다. 승산을 보고 덤벼드는 변호사를 찾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그저 망연자실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년 5만 5,000건에 달하는 소송을 하는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패소한다. 결국 응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가족이라도 돈을 받는 경우는 백에 하나가 안되는 셈이다. 나머지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아무런 도움도, 심지어 사과도 받지 못한다. 그나마도 그것뿐이면 다행이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방법은 원래 백신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백신은 어린이 수천 명을 보호하지만 매년 1만 명 가운데 1명 꼴로 부작용의 피해를 입는 아이가 발생한다. 1980~1986년 사이에 개인상해 변호사들이 의사들과 백신 제조업체를 상대로 미 법정에서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35억 달러가 넘었다. 그들이 승소하면서 백신 가격이 치솟고 일부 제조업체는 문을 닫았다. 백신 비축량이 감소하고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그래서 의회가 개입했다. 현재 미국의 백신은 원가 총액의 15%에 해당하는 75센트를 추가로 물린다. 이 돈은 백신의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된다.

 

그 프로그램은 의료과실로 피해를 입은 사람과 운이 나빠 피해를 입은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수고를 덜어준다. 전문가 심사위원회는 백신 때문에 생긴 피해를 낱낱이 나열하여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 의료비용을 비롯한 그 밖의 비용 명목으로 기금에서 배상금을 지급한다. 이것으로 만족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여태껏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1988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 환자들에게 지급한 금액이 전부 합쳐 15억 달러에 이른다. 이런 비용은 예측이 가능하고 공평하게 분배되기 때문에 시장을 떠났던 백신 제조업체들도 다시 돌아왔고, 간념, 수두, 자궁경부암 백신을 비롯한 새로운 백신 개발도 이뤄졌다. 또한 의료사건을 둘러싼 법적 합의금을 사실상 언제나 비밀로 부치는 것에 반해 그 프로그램은 어떤 제조업체가 무슨 일로 소송을 당했는지, 제조업체에 관한 자료도 공개한다. 이 제도도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이 했던 것보다 훨신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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