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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무케르지/이한음 역]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2011)

독서일기/의학

by 태즈매니언 2015. 7. 1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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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책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훌륭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방금 덮었다.(참고로 이 책은 2011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책 내용을 풀어가는 기법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e=mc^>와 유사하다. 수학의 정리나 물리법칙은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암은 남성인 내가 사는 동안 1/2의 확률로 맞이할 거의 예정된 사건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 확률은 점점 더 1에 수렴하고 있어 나중에는 암은 발견하는 시기만 다를 뿐 모두에게 찾아오는 평등한 손님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당장 암에 걸린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책이 아니다. 본인이나 가족들이 암에 걸리기 전까지 이 불멸의 질병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했었을 까막눈들에게 암에 대해 가르쳐주는 아주 좋은 교과서이다.


당장 암에 걸렸을 때 암전문의, 자연요법으로 암에서 완치된 지인, 임상 단계의 표적 항암제 연구자 중에 누구를 믿어야할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수능의 주관식 수학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1, 0, 1 중에서 아무거나 찍는 것보다는 당장 생각나는 방식대로의 풀이, 대입법, 다른 수험생의 답 베껴쓰기 중에 하나를 고르긴 해야하니.


적어도 이 책을 끝까지 정독한 사람이라면 본인 혹은 지인이 암에 걸렸을 때 환자를 등쳐서 돈을 버는 사기꾼(종교팔이 포함)들에게 홀려서 귀중한 돈과 시간, 체력을 헛되이 날려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자들이 쓴 환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글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반지성주의로 덮고 있다. 이 책은 불멸자의 흔적이 깃든 암과의 치열한 사투를 통해 그런 무지를 꿰뚫어볼 통찰력을 준다.


어려운 책을 번역한 번역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을 펴낸 까치글방은 두꺼운 교양서적을 저렴하게 출판해주는 이름난 출판사다. 다만, 책값을 좀 더 올리더라도 제책단가를 좀더 높게 책정했더라면 싶어서 아쉽다. 풀을 얼마나 아꼈는지 1회독을 했을 뿐인데도 책이 반으로 쪼개지려고 한다. --;


p.s. 이 책을 추천해주신 Johoon Lee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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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쪽

"암세포는 고장나고 미친 기계였다. 종양유전자는 암세포의 눌린 채 걸린 액셀레이터였고, 불활성화한 종양 억제 유전자는 그것의 분실된 브레이크였다."


445쪽

나 자신은 그 여행을 하지 않았고, 남들이 눈에 비친 어둠만을 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그 항해를 지켜보는 것, 낯선 나라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내 임상생활에서 가장 숭고한 순간이었다. 힘겹게 다시 기어올라온 사람들을 그토록 가까이에서 보는 것 말이다.


471쪽

"예외를 만들고 프로토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약물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환자들이 많아진다. 그것은 대중이 그 약을 얻을 수 있는 시기를...... 지연시킬 뿐이다."


484쪽

드러커는 말했다. "우리 병원에는 효과적인 치료 대안이 전혀 남아있지 않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이 있었어요. 매일 퇴근하면서 다짐했죠. 노바티스를 조금만 더 밀어붙이자."


487쪽

"그것은 하나의 원리를 증명한다. 그것은 하나의 접근법을 정당화한다. 그것은 고도의 특이성을 띤 무독성요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리벡은 암 치료학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암세포를 죽일 분자 - 종양유전자만을 불활성화하도록 설계된 약물 -의 이성적인 합성은 "특이적 친화력"이라는 에를리히의 환상이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암의 표적 분자 요법은 가능했다.


491쪽

우리도 암의 아킬레스건을 향해서 계속 화살을 조준할 수 있지만, 암도 그더 발을 옮김으로써 한 취약점을 다른 취약점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는 변덕스러운 상대와 맞붙는 영원한 싸움에 갇혀있다.


500쪽

보겔스타인은 말한다. "결국 암 유전체 서열 분석은 100년에 걸친 임상 관찰 결과들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모든 환자의 암은 독특하다. 모든 암 유전체가 독특하기 때문이다. 생리학적 이질성은 유전적 이질성이다. 정상 세포은 똑같이 정상이다. 불행히도 악성 세포는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악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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