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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목] 서울 도시계획이야기 1(2003)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15. 3. 1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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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목씨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5권짜리 책인데 4권을 대출중인 분이 계셔서 어제 3권까지 빌렸다. 교양도서 장서가 빈약한 사내도서관인지라 볼만한 책 찾기가 쉽지 않다.

문득 작년 여름 외부 자문회의 갔다가 올림픽대로 타고 일산 돌아가던 기억이 떠올라 빌렸던 책. 그 때 같은 차에 탔던 독서광 박모 박사님께서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얽힌 재미있는 야사를 많이 알 수 있는 책이라고 추천해주셨다.

어젯밤 잠이 안와서 집어들었다가 밤을 꼬박 샐 정도로 푹 빠져서 읽고 있다. 아직 2권을 읽는 중이긴 한데 이런 보석같은 책은 일단 추천부터 해야한다. 이 책을 빌리거나 서점에서 집어드신 분들은 꼭 27페이지의 < 이 책을 쓰는 이유>와 33페이지의 < 지금 써야 하는 이유>를 읽어보시라. 개인적으로는 사마...천의 <사기> 중 서문의 역할을 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는 <보임안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1928년생으로 일제시대부터 한국현대사를 온전히 겪은 세대의 경험담이 담겨 있고, 도시계획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서울이 한창 팽창하던 시기인 양택식 서울시장의 핵심 브레인으로서 정책을 폈던 서울시 관료로서의 경험, 50세 이후 시립대 교수로서 일제강점기 이후의 도시사회상 연구에 천착하여 여러 권의 저서를 펴내면서 쌓은 풍부한 역사지식이 어우러져 있어 여느 관료의 회고록과는 격이 달랐다. 기획업무에 치중하는 중앙부처와 집행업무가 주가 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중간에 위치한 서울시 관료 출신이다보니 양쪽 업무를 두루 경험해서인지 시야가 넓고, 법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아무래도 생각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친숙하기도 했고.

워커힐 건설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해서 당시 공화당의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비리사업이었다고 간단히 매도할 수 있을까? 당시 상황에서 연 3만 명의 미군장병이 위로휴가 동안 일본에서 쓰는 달러를 국내에서 쓰게 만들고자 했던 김종필의 의도나, 해방후 반민특위법에 따라 제1호로 기소된 화신백화점의 박흥식이 일제치하에서 미츠코시 백화점 등 일본계 자본들을 능가하는 경영수완을 발휘하며 활약한 모습과 사업에 필요한 거액의 대출을 위해 일제에 부역한 것을 극악한 친일부역자라고 간단하게 매도해버려도 되는걸까?

특히, 1960년대의 한강의 하상계수가 무려 453이나 되어서 홍수로 인한 수재 피해가 심했고 범람원으로 놀리고 있는 한강 양안 주변 땅에 강쪽으로 쭉 뻗어나와 제방을 쌓고 그 위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깔되 그 토목공사 비용은 공유수면 매립을 통해 확보한 토지를 택지로 건설사에 매각한 대금으로 충당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지금에야 강변에 대한 보행자들의 접근성을 제약하는 강변의 자동차전용도로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당시의 이런 사정을 고려했을 때 너무 물정모르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밤섬 폭파로 수십가구는 고향을 잃게된 사연은 알고 있었지만 그 섬을 폭파해서 홍수기 강폭을 확보하고 성토작업용 석재와 골재를 저렴하게 확보해서 공사비를 줄인 공로는 처음 알았다.

한강을 관리하는 서울특별시가 아니라 공유수면 매립면허(강학상 특허)를 받은 건설사와 수자원개발공사가 한강변 중 압구정 등 상당지역에 공유수면 매립지를 택지조성하여 막대한 개발이익을 향유한 것에 대해서 분통이 터지기도 했지만(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이렇게 조정된 곳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과연, 이런 식으로 일부 기업집단의 빠른 자본 축척을 돕지 않았더라면 80년대 초반 중화학종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는 의문이다. 서울시가 개발이익으로 SOC 투자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까? 80년대 이후로 정부는 더이상 기업의 효율성을 따라가지 못했는데.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 빨리 집에 가서 나머지 부분을 마저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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