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의 프로페셔널 환자와 아마추어 부모, <파파 톨드 미>의 마토바 치세가 열일곱이 되었을 때와 어울리는 예민한 성숙함, 거친 크로키 같은 가네시로 가즈키의 <연애소설>의 첫번째 단편을 솜씨좋은 장인이 다듬은 정교함도 더해져있다.
이런 식으로 자기가 그 전에 읽은 책들로 밖에 책을 읽은 느낌을 풀어놓지 못하는 빈곤한 표현력을 전에는 꽤나 비웃었는데... 그런데 책을 읽는다는 경험은 온전하게 자기만의 경험이어서 작가와도 아니면 같은 책을 읽은 다른 독자와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만을 위한 정리방식이라면 상관없는 일인듯 싶다.
알고보니 작년에 나온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의 원작이란다. 몰랐던 영화다. 번역자인 김지원씨의 번역이 아주 맛깔나게 훌륭해서 소설의 느낌을 더욱 잘 살렸다.
책 말미 저자가 쓴 감사의 말에도 이 책을 쓰면서 도움을 받은 책으로 싯다르타 무커지의 <암:모든 질병의 제왕>이 언급된다. 산지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손을 못대고 있었는데 이달엔 꼭 봐야지.
읽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좋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굳이 생선뼈를 발라내거나 분리수거하듯 이 작품의 문장들을 발췌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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