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에드워드 글레이저/이진원 역] 도시의 승리(2011)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15. 12. 1. 01:21

본문

 

 

괜찮은 책이긴 한데 저자가 100~150 페이지 정도만 덜어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책. 그래서인지 중간에 여러번 책을 덮었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다 읽었다.

 

저자는 (냉장)컨테이너선으로 대표되는 운송비용의 눈부신 절감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중요시되었던 비옥한 배후지, 큰강, 천연의 항구 등의 입지조건이 그 영향력을 상당부분 상실된 상황. 평평해진 세계화 시대에 다국적 기업들이 어느 나라로든 생산거점을 옮겨갈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디트로이트와 같이 단일산업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산업도시의 지속성이 더욱 짧아진 현 시점에 각 도시들은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는 매력(온난한 기후, 효율적인 교통시스템, 안전한 치안, 문화시설, 좋은 레스토랑, 수준높은 학교, 맑은 공기, 감당할만한 집값)을 발휘하여 서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세종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부정책으로 인해 강제로 끌려온 사람들의 도시가 자연발생적인 도시보다 매력적일리가 없지. --; 예전엔 막연히 인구 20~30만의 중소도시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을 꿈꿨는데 1년 남짓 세종시에서 지내보니 주말에 일산이나 서울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없이 소중하다. 거대한 도시주민들이 비용을 분담할 때만 수익을 낼 수 있는 도시인프라. 메갈로폴리스에서 누렸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잃어보니 소중함을 알 것 같다. 나라별 경쟁에서 도시별 경쟁으로 바뀌어가는 추세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 과연 타당한 정책이었을까?

 

이미 사회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관료집단이 시장경제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해서 망가뜨리는 것보다 150km미터 남짓 떨어진 육지의 섬으로 관료집단을 유배시켜서 자신들의 한계를 좀 더 빨리 깨닫도록 할 필요는 있었다는 생각도 드는데 더욱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력이 흐려진 관료집단이 무딘 칼을 마구 휘두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 위험해졌다고 볼 수도 있고. 

이 책은 도시사에 대한 깨알같은 잔지식들도 많이 담고 있다. 파리의 5층짜리 건물들이 선사하는 기적적인 통일감을 위해 파리에 있는 건물 절반 이상을 없앴던 오스만 남작, 18세기 마이소르의 마하라자와 그의 장관들의 투자한 교육시스템이 싹을 틔워 엄청나게 발전한  방갈로르의 경쟁력, 록펠러의 호주머니돈으로 세운 과수원 대학 스탠퍼드에서 발원한 실리콘 밸리의 간략한 역사 등등.

 

----------------------------------------

 

28쪽

 

도시의 가난은 도시의 부가 아니라 시골의 부와 비교해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판자촌이 부유한 시카고의 교외 지역과 비교해 봤을 때는 끔찍해 보일지 몰라도 그곳의 빈곤율은 브라질 동북부 시골의 그것에 비해서는 훨씬 낮다. 가난한 사람들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은 없지만 그들이 도시와 시골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다수는 분별 있게 도시를 선택한다.

 

38쪽

 

좋은 환경보호 운동은 생태학적으로 가장 적은 해를 입힐 공간에 건물을 짓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시 말해서 우리가 도시에서 높은 건물들을 짓기 위해서 낮은 건물들을 철거하는 것을 용납하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도시 성장에 반대하는 환경보호 운동가들을 더욱더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주택 구입자들이 교외 주택지에서 대형 맥맨션(McMansion)을 사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적당한 크기와 높이를 가진 도시 지역에 살도록 권장해야 한다.

 

127쪽

 

디트로이트의 평균 집값은 8만 2,000달러인데 이는 새로 짓는 비용보다 훨씬 더 싸다. 도시가 잘 나갈 때 새로운 거주자들을 수용할 만큼 집이 빨리 지어지는 한 도시는 매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도시가 쇠퇴할 때는 사람들이 집처럼 가치있는 것을 포기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매우 느리게 쇠퇴한다.

 

170쪽

 

버스 통학을 학교 지구 경계 내까지로 제한한 Miliken v. Bradley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서는 어떤 지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 판결은 결과적으로 도시 안에 사는 사람들은 공립학교를 억지로 통합시켜야 하는 반면 교외지역 아이들은 예외임을 의미했다. 백인 이웃들은 보스턴 같은 도시들을 대거 떠나서 학교지구 경계밖에 있는 시츄에이트 같은 교외지역으로 향했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버스통학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대법원은 도시를 떠나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더 고립되었다.

 

215쪽

 

1990년대에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치안 활동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던 것처럼 콜레라와 황열병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대규모 급수시설에 거액의 투자가 필요했다. 좁은 토지 구역에 수백만 명이 몰려서 살 경우 공공부문은 범죄와 질병에 맞서서 열심히 싸워야 하는데, 이 것이 아마도 뉴욕에 사는 사람들이 시골 캔자스에 사는 사람들보다 큰 정부를 훨씬 더 선호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373쪽

 

성장을 제한함으로써 캘리포니아가 더 푸르게 보일지 몰라도 그런 제한은 미국 전체를 더 갈색으로 만들면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늘리고 있다. 휴스턴의 개발업자들은 캘리포니아의 반 성장운동에 감사해야 한다. 소득이 높고 기후 조건이 우수한 캘리포니아 해안 지역의 건설 활동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거기보다 살기에 덜 쾌적한 선벨트 지역의 생활 공간 수요가 지금처럼 많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469쪽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에너지 사용자들이 그들이 취한 행동으로 유발된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 세금을 낸다면 그들은 더 연료효율적인 차를 몰고 더 에너지 효율적인 집에 살 것이다. 그들은 또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대도시의 삶이 훨씬 더 매력적임을 발견할 것이다. 우리는 에너지 사용에 대해 적절하게 세금을 물리지 않고 오히려 에너지 집약적인 교외 생활에 암묵적으로 보조금을 지불하면서 도시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